일본에 있는 고려·이조회화|내량에서 특별전시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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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일본에 있는 고려 및 이조 때의 회화작품 중 1백점을 선정한 「조선의 회화」 전시회가 내량 대화문화관에서 열리고 있다.
4월26일에 개막된 이 특별전에서 29점은 회기전반에만 전시하고 또는 27점은 후반에만 출품키 위하여 지난 15일 개체 진열함으로써 1백점의 전모를 보여주었다.
일본에서 중요미술품으로 지정돼 있는 혜허필 「양류관음상」을 비롯하여 고려 때의 작품이 13점. 그밖의 87점은 이조 초의 이수문에서 20세기초의 안중식에 이르기까지 망라돼 있다.
이들 한국의 고화는 소창문화재단·동경예술대학·근진미술관·동경국립박물관·대화문화관 및 여러 사찰과 이영개·정조문씨 등 개인 소장가들이 간직하고 있는 것으로서 일본에 있는 전체 고려·이조 회학 작품 중 적은 일부에 불과하다. 일본에 있는 고려 때의 불화만도 약 70점에 달하기 때문이다.
물론 일본에 있는 한국고화의 분량은 전체가 파악될 수는 없다. 안견의 「몽유도원도」같은 익히 알려져 있는 작품이 이번 특별전에 누락된 것을 보면 아직도 비장의 주요작품이 적잖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출품은 일본에 있는 작품 전모를 파악하기 위한 첫 시도로 해석되며 그런 점에서는 주요작품을 상당히 포함하고 있다.
고려 때의 양류관음상(천초사소장)과 이조전기의 「군금도」(대창문화재단소장)는 중요 미술품으로 지정된 것이며 고려 때의 「아미타여래상」(근진미술관 소장) 「향상대사상」(동대사 소장) 「제파달다상」(총지사 소장) 「산수도」(상국사 소장)와 이조 때의 이수문필 「묵죽화첩」(개인소장) 양팽손필로 전하는 「전해도해일기병풍」등 6점은 중요문화재로 지정 조처한 작품들이다.
이러한 작품들이 언제 일본에 건너간 것이지 확실치 않다. 고려 때의 작품은 대개 불화로서 사찰 소장품인데 이 경우 다른 불교 미술품과 더불어 전해진 것과 더러는 고려화사가 건너가 제작했음도 생각할 수 있다.
그것은 삼국시대이래 한국의 문화를 받아들이는 입장에 있었던 일본이므로 그러한 문화교류의 자취란 극히 당연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한국에도 없는 고려 때 불화가 현존한다는 것은 그만큼 일본에서 끔찍하게 모셔 왔음을 설명해 주는 사실이 아닐까.
그러나 일본에 있는 고화들이란 그런 정상적인 문화교류를 통해 건너간 것만이 아닐 것이다. 가령 임진란 때 약탈된 것도 있을 것이며 특히 일제 때 더 많은 작품이 유출돼 갔다. 일본의 유수한 개인 「컬렉션」은 대체로 그런 작품들이다. 어쨌든 한국의 회화작품은 거듭된 전화로 말미암아 고려 및 이조전기의 것이 아주 근소하게 국내에 유존하는데 비하여 오히려 일본에 있는 것은 결코 적지 않은 점수이고, 또 한국 회화사에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도 포함돼 있다.
따라서 이 회화전은 그 동안 일본에서 망각돼있던 한국 회화작품을 재발굴·재평가하며 나아가 한국 회화사를 재정리하는데 보다 유익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동경 박동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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