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호남 폐선 169㎞ 상생의 길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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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경전선(慶全線)은 경남 밀양에서 광주광역시까지 300.6㎞에 걸쳐 뻗어 있다. 일제시대 때 쌀 수탈 목적으로 1905년 레일을 깔기 시작해 100년 넘게 동서 교류의 가교였다. 남도인의 애환이 서린 이 철도는 복선화에 따른 신규 철로 건설로 인해 2017년께면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이 경전선을 관광 명소로 만드는 사업이 펼쳐진다. 철도가 지나는 영·호남 8개 시·군이 손을 잡고 순천~밀양(삼랑진) 169㎞ 구간에 ‘남도 순례길’을 추진한다. 이 구간은 2010년부터 단계적으로 폐선이 진행된다. 쓸모없어진 선로를 활용해 다양한 레저·생태·문화 공간을 조성하려는 것이다. 순천~광주 131.6㎞는 폐선 계획이 확정되지 않아 제외됐다.

 ‘남도 순례길’은 간이역·철로 등을 종합 커뮤니티 공간으로 만드는 게 골자다. 추억이 서린 구역사들을 기차·여행과 연계된 문화예술·관광자원 공간으로 꾸민다. 지역별 농·특산품과 향토음식점 입점 공간도 조성한다. 국내외 여행객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레일바이크와 기차펜션, 플랫폼 카페·레스토랑, 철도 역사관·전시관, 철로변 테마정원 등 다양한 테마파크 사업도 벌인다. 순례길 사업은 지역의 문화예술인들을 대거 참여시킨다. 경전선을 주제로 한 사진전·회화전과 영화 제작도 주요 아이디어로 검토되고 있다.

 사업은 전체 부지 중 43㎞가 지나는 전남 광양시와 경남 진주시가 주도한다. 경남 함안(27.4㎞)·창원(24.2㎞)·하동(22.3㎞)·사천(10㎞)·김해(7.9㎞)와 전남 순천(3.4㎞) 등도 기대감이 크다. 기획부터 실행까지 모든 과정이 공동으로 이뤄지는 만큼 영·호남 지자체의 상생 효과도 기대된다.

 서희원 광양시 공원녹지사업소 팀장은 “경전선을 중심으로 섬진강과 낙동강을 가로 지르는 관광·레저 기반이 구축되면 관광객 증가, 경제 발전 등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경전선 순례길 조성 사업은 2011년 발족한 ‘광양·하동 공생발전협의회’가 기폭제가 됐다. 이 모임은 당초 섬진강 재첩을 둘러싼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를 이어받아 지난 6월에는 ‘동서통합 남도순례길 추진위원회’가 발족됐다. 해당 지자체들도 지난 9일 공동선언문을 채택한 데 이어 18일 실무자 회의를 여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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