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금동여래좌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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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옛날 한반도에 있었던 세 나라―고구려·백제·신라는 한 민족인데도 그들이 이룩한 문화의 양상에는 각기 적잖은 차이가 있다고 미술사에서는 구분하고 있다.
기왓장의 무늬가 언뜻 같아 보이지만 자세히 비교하면 같지 않고, 석탑을 쌓아올린 솜씨에도 그 특징이 드러나 있다고 지적한다.
삼국의 그러한 특징을 가장 확연하게 보여주는 것이 불상이다. 미술가는 어떤 그림보다도 자기의 얼굴을 가장 잘 그려낸다고 하는데, 불상은 바로 사람의 모습인 까닭에 곧 그 지역성을 가장 많이 담고 있는 것이겠다. 그 지역성은 1천수백년 전 삼국의 분할에 불과함에도 고려·이조를 거쳐 오늘의 후예한테서까지 다소는 찾아볼 수 있는 것 같다.
고구려의 불상은 한마디로 표현해 모지고 날카로운 표현이며, 신라의 그것은 근엄하고 숭고하다. 그에 비하여 백제의 불상은 긴장감 없이 온화한 얼굴이 특색이다.
경주박물관 뜰에서 불상들을 보고 있을 때의 느낌과 부여박물관에서 백제불을 보는 인상과의 차이도 말하자면 이런 분위기 때문이다.
현존하는 백제불은 대개 부여지방 출토품으로 모두 10수구에 불과하다. 그 대부분이 국립박물관에 수장돼 있으며 2구가 일본에 있다. 개인 소장품으로는 이번에 처음 일반에 공개하는 금동여래좌상. 사진으로는 더러 소개된 바 있지만 보물은 내보인 적이 없는 비장의 금부처이다. 청동으로 주조하여 그 위에 도금한 아주 조그만 불상인데 금빛이 아주 생신하게 붙어 있어서 첫눈에 눈부시다.
좀 숙인 머리 위에는 상투가 큼지막하고 두 손은 가슴 앞에 모아 다소곳이 선정인을 했다.
긴 옷자락은 좌대를 내리덮어 상현좌를 했고 옷 주름의 선각과 장식 등도 백제의 고식. 그것은 부여 군수리 출토의 납석제 여래좌상과 너무도 닮아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6세기 후반께로 그 작품 연대를 짚어보고 있다.
백제불상은 매우 자연주의적이고 인간미가 넘친다고 흔히 말한다. 그것은 둥글고 온화한 얼굴 때문이며 「백제의 미소」라 할 특유의 표정에서 받는 친밀감에 기인하는 것이겠다. 백제불상 가운데 부여 군수리 출토의 금동보살입상은 전형적인 작품이며 서산 마애삼존불은 그 티없이 환한 얼굴로서 우리나라 불상 중 견줄 것이 없다.
백제인의 그 청순한 표정은 일본에까지 전달(나라 백제관음·광륭사 금동미륵반가상 등) 되어 오늘날에 이르도록 신비와 숭앙의 표적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번 공개된 금동여래좌상은 충남지방 출토품으로 전하는데 높이 9㎝. 남궁련씨 소장.

<고침>=작일자 「신라무명 중종」의 종 높이는 78㎝로 바로 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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