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환자 4년 새 52만 명 늘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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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50대 김정복(가명·남성)씨는 35세란 젊은 나이에 당뇨병 진단을 받았다. 병원에선 매일 혈당주사를 맞으면서 음식 조절을 통해 혈당관리를 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일용직으로 근근이 생활을 이어가던 김씨에겐 불가능한 일이었다. 체력도 점점 떨어져 일을 하는 날이 줄었고 혈당주사를 거르는 날도 많아졌다. 결국 그는 발병 10년도 안 돼 콩팥이 망가지는 만성신부전증을 합병증으로 얻었다. 일주일에 세 차례씩 혈액투석을 받지 않으면 생명을 유지할 수 없는 상태다. 김씨는 “당뇨병을 꾸준히 관리하지 않고 방치한 결과 합병증으로 몸이 망가졌다”고 깊은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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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표적인 만성질환인 당뇨병 환자가 꾸준히 늘고 있는 가운데 환자 절반은 합병증으로 고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당뇨병 환자는 2008년 178만9945명에서 지난해 221만4935명으로 52만4990명 증가했다. 연평균 증가율은 5.5%에 이른다. 지난해 인구 1만 명당 당뇨병 진료환자를 성별로 살펴보면 남성과 여성 모두 30대를 기점으로 당뇨병이 급증했다. 남성은 30대(116.3명)에서 40대(424.7명)로 가면서, 여성은 50대(604.2명)에서 60대(1346.7명)로 나이가 들어가면서 당뇨병 환자가 크게 늘어났다.

 당뇨병은 주요한 에너지원 중 하나인 당을 흡수하지 못하고 몸밖으로 배출해내는 질병이다. 당이 세포로 흡수되지 않고 혈액에 남아 있기 때문에 당뇨병 환자의 혈당량은 정상치(70㎎∼110/)보다 높게 측정된다.

당뇨병은 한번 발병하면 거의 완치되지 않기 때문에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 평생에 걸쳐 혈당을 관리해야 한다. 혈당을 조절하는 주사와 먹는 약이 있지만 효과는 일시적이다. 혈당 조절 효과도 정상인의 절반 수준까지만 높여줄 뿐이다.

일산병원 내분비내과 송영득 교수는 “약으로 완벽한 조절이 안 되기 때문에 식습관과 운동을 통해 혈당관리를 해야 한다”며 “식사시간이 조금만 불규칙해도 혈당 조절이 안 된다”고 말했다. 병원 방문도 잦을 수밖에 없다. 건보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당뇨병 환자의 총진료비는 1조4018억원으로 단일 질병 중 고혈압(2조5169억원) 다음으로 가장 많았다. 그만큼 많은 환자가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았다는 뜻이다.

 당뇨병이 무서운 이유는 합병증 때문이다. 조금만 혈당관리에 소홀하면 김씨처럼 합병증이 찾아온다. 전체 당뇨병 환자의 절반 정도(50.3%)가 각종 합병증을 동반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만성신부전증, 무릎이 저린 신경병증, 시야가 흐려지다 심한 경우 실명에 이르게 되는 망막병증 등이 있다. 이뿐만 아니라 당뇨병 환자는 뇌졸중과 심장혈관질환 발병 위험이 일반인에 비해 세 배 이상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산병원 송 교수는 “당뇨병 환자에게 합병증은 필연적으로 온다”며 “합병증이 오는 시기를 관리를 통해 미루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당뇨병을 예방하기 위해 정상체중을 유지하고 남성은 허리둘레 85㎝, 여성은 80㎝ 이하로 관리해서 복부 비만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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