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 이후 퇴임 검사 중 0.4%인 5명만 정년 채워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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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4호 05면

이달 초 취임한 김진태 검찰총장의 인사청문회에서 논란이 된 쟁점 중 하나는 전관예우였다.

전관예우 부르는 검찰 기수문화

김 총장은 대검차장을 마지막으로 공직을 떠났었다. 올해 4월 채동욱 당시 검찰총장 내정자의 청문회를 앞두고서였다. 총장이 된 동기(연수원 14기)의 지휘권을 위해 사표를 내는 관례를 따랐던 것이다. 당시 동기인 노환균 전 법무연수원장과 15기인 김홍일 전 부산고검장도 물러났다.

채동욱 전 총장의 갑작스러운 사퇴로 김 총장은 퇴임 8개월 만에 공직에 돌아왔다. 그 사이 그는 로펌에서 석 달간 고문변호사로 활동했다. 청문회에서는 그가 석 달 동안 억대의 급여를 받은 게 쟁점이 됐다. 전관예우로 고액을 받았다는 것이다.

김 총장만이 아니라 자진사퇴한 검찰 간부 상당수는 대형 로펌에서 활동하고 있다. 노환균 전 법무연수원장은 법무법인 태평양에, 김홍일 전 고검장은 법무법인 세종에 몸담고 있다. 검찰을 떠났다가 공직으로 복귀한 이들이 전관예우 논란에 휩싸이는 일이 종종 벌어질 수밖에 없다. 최근에도 정홍원 총리가 법무연수원장을 마친 뒤 법무법인 로고스에서 과다 보수를 지급받은 것,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서울동부지검장에서 물러난 뒤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고액 연봉을 받은 것이 청문회에서 지적됐다.

정년(63세)을 채우고 퇴임한 검사는 극소수다.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1990년 이후 퇴임한 검사 1353명 중 5명(0.4%)만 정년퇴임을 했다. 검찰 내부에서도 뿌리 깊은 기수 문화와 그에 따른 간부들의 중도 퇴직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조직을 위해 물러난다”는 명분이 검찰의 일하는 문화를 해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일선 검사는 “경륜 있는 고위직이 집단 사퇴하는 일이 매년 반복되면 조직 전체가 권력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검사도 “(법무부가) 협조해 달라는 것도 경험과 연륜보다 자리가 중요하다는 얘기 아닌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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