붐비는 공무원 입문-지망율 상승·이직율 하락의 허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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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공무원을 희망하는 지원자 수가 최근 몇 년간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총무처가 지난 7일로 마감한 73년도 5급 행정직 국가공무원 공개 경쟁 채용시험 응시자 수가 그것을 단적으로 입증한다.
1천5백명 모집에 3만5천여명이 응시하여 23대1이 넘는 높은 경쟁율을 보였다.
이것은 71년의 9대1(2천5백명 모집·2만2천2백52명 지망), 72년의 18대1(1천명 모집·1만7천8백26명 지망)과 비교하면 엄청난 증가 추세.
이러한 경향은 비단 하위직인 5급 시험뿐 아니라 3급 공채시험에도 그대로 나타나 ▲71년 16대1(2백명 모집·3천3백명 응시) ▲72년 22대1(1백50명 모집·3천3백48명 응시) ▲73년 34대1(1백50명 모집·5천1백4명 응시)로 경쟁율은 계속 상승 「그라프」를 그린다.
이와 같이 공무원에 대한 지망이 늘고 있는데 대해 그 해석은 구구하다.
높은 경쟁율은 공무원에 대한 인기가 높다는 것을 간접적으로나마 시인해야 된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에 이것은 공무원에 대한 인기나 동경보다는 일반적인 고용능력이 낮아졌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기업체들이 경영합리화를 내세워 인력을 정비하고 신규채용을 억제해온 사실이 「사회고용 영향론」을 뒷받침한다.
보수도 낮은 공무원으로 지원고가 쏠리는 것은 공무원 자체에 대한 인기보다는 어쩔 수 없는 사회현상의 단면이 드러난 것에 불과하다는 것.
특히 인문계 출신의 대졸자까지 5급 공무원 시험에 응시하는 현상은 우리 나라 교육제도에도 맹점이 있다고 비판된다.
현재 기술계통의 기능공이나 기술자는 인력수급 면에서 공급이 달리는 형편.
같은 공무원 시험이라도 기술계는 응시 경쟁율이 무척 낮을 뿐 아니라 결원이 생겨도 그 충원조차 어렵다는 사실은 노동시장에서의 수급불균형을 의미한다.
만약 실업계나 기술계에 대한 보다 중점적인 교육정책이 좀더 일찍 배려되었더라면 행정직 공무원 시험에 쏠리는 오늘의 현상은 조금 달랐을 성싶다.
국회 상임위원회의 전문위원을 놓고도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별정직 1급의 상임위전문위원은 운영위 6명, 법사 내무 재무 국방 문공 농수산 상공 건설위에 각 3명씩, 외무 경과 보사교체위 각 2명씩 총 38명이 정수.
그러나 현직 30명의 전문위원은 지난해 국회 해산을 계기로 사표를 제출, 재임명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현 전문위원 중 일부를 경질하고 공석중인 8명을 새로 천명하는 등 전문위원 진용의 재편을 계획 중인 국회는 아울러 지난주 전문위원 천명규정을 개정했다.
종전의 전문위원 자격기준은 ⓛ부교수 3년 이상 재직자 ②국회전문위원 및 전 최고회의전문위원 ③2급 일반직 공무원 2년 이상 재직자 ④판·검(군법무관 포함)·변 7년 이상 재직자 ⑤장성 ⑥공공기관 연구실적 10년 이상 경력자 등이었다.
개정된 규정은 여기에 ①공공기관에서 3년 이상 재직한 박사 ②7년 이상된 국회일반직 서기관 이상 ③언론기관의 부장급 이상 7년 이상 재직자 ④국영·금융기관의 부장급 7년 이상 재직자 등을 추가, 전문위원의 길을 넓혔다. 이에 따라 몰려드는 이력서는 80, 90통에 이른다는 것.
공무원에 대한 인기나 매력이 전무한 것은 아닌 듯.
66년부터 계속 상승하던 공무원의 퇴직율이 69년의 8.0%를 고비로 70년 7.9%, 71년 6.8%, 72년 6.4%로 점차 떨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 3월초 문공부 산하의 KBS중앙방송국이 한국방송공사로 발족했을 때 대부분의 일반직 공무원들은 봉급수준이 높은 방송공사보다는 문공부로 복귀하는 것을 희망했다.
퇴직율이 점차 낮아지고 공무원으로의 잔류 희망자가 있다는 것은 특기할 일이다.
사실 공무원들이 일반 사기업체 사원 비해 모든 면에서 불리한 것만은 아니다. 그 몇 가지를 들어보면-
▲퇴직금제도=현행 노동법상 1년 근무에 1개월분 봉급을 퇴직금으로 지불토록 규정하고 있으나 공무원은 1.5개월분을 평균 지급하고 있다.
개인회사의 경우 누진율을 적용하는 업체도 있지만 대개는 노동법 규정에 준하고 있고 이런저런 구실로 노동법상의 퇴직금도 기피하는 경향이 있는가 하면 도산으로 인해 한푼도 못 받는 수가 있다. 공무원의 경우 이런 불리한 위험 부담은 없다.
▲신분보장=공무원은 누구나 과실이 없는 한 정년에 달할 때까지는 본인의사에 반하여 면직되지 않도록 법이 규정하고 있다.
또 고급 공무원이 되기까지는 개인 기업체에서처럼 인맥·지연·정실이 적은 게 사실이다.
이 같은 제도상의 이점만으로 공무원에의 「러쉬」가 생기고 있다고는 말할 수 없다. 궁극적으로는 일반적인 공무원관·권력관 또는 사회풍조·가치관과 관련이 있을 것 같다.
굳이 「관존민비」라는 전근대적 표현을 쓰지 않더라도 관권제일주의적인 관념이 깔려 있는게 아닐까 싶다.
급료 면에서 봐도 그렇다. 공무원의 평균 급료인 4급을류의 봉급 2만3천1백50원은 국영기업체 상술직위 사원의 5만7천10원, 금융기관의 7만6천6백원과 비교하면 엄청난 큰 차이가 있음은 물론이고 경제기획원이 조사한 도시가계 5인 평균 생계비지수 4만2천2백10원보다도 거의 2만원이 부족한 액수.
이토록 적은 보수에도 불구하고 공무원 수입에는 봉급 외에 흔히 「플러스·알파」가 있다는 생각 때문에 공무원 지망에는 봉급수준이 문제되지 않는 것일까. <고흥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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