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래식 집구조가 바람직|영동 단독주택 입주자들이 말하는 설계상의 개선점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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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서울시가 영동신시가지개발계획에 따라 연차적으로 추진중인 시영주택건립은 구조상 재고해야할 점이 많은 것으로 지적되고있다.
지난해 7백53동을 지어 분양한데 이어 올해 1백81동을 지을 계획으로 있는 서울시는 시영주택이 각자 기호에 알맞은 현대식 문화주택임을 강조하고 있으나 입주자들 중 상당수가 1년도 못돼 새집을 헐고 구조를 일부 또는 전부 바꾸고 있으며 나머지 입주자들도 구조변경계획을 세우고 있다. 10일 현재 구조변경을 위해 개축 또는 증축공사를 하고 있는 집은 6단지28호, 9단지35호 등 단지별로 10가구가 넘고있다.
서울시가 지난해 1,2,3차에 걸쳐 지은 시영주택의 형은 건평 18평, 20평의 단층「슬라브」형과 건평 20평의 2층 구조 「슬라브」「20A형」「20G형」「테라스」식 일체식 등 6가지 종류. 모두 주방과 식당을 겸용할 수 있는 현대식 입식(입식)부엌에 수세식변소시설을 갖추고 야간공간(침실)에 못지 않게 주간공간(마루)에 비중을 두는 한편 평면 또는 2층 증축을 쉽게 할 수 있는 특색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입주자들은 대부분 이 같은 주택구조가 우리 나라 생활여건과 동떨어져 있기 때문에 실제생활을 통해 겪는 불편이 한 두 가지가 아니라고 지적하고있다.
주택형을 가릴 것 없이 방은 좁고 부엌이 마루에 붙은 채 개방되어 냄새를 풍기는 한편 연료비가 2중으로 들며 목욕탕과 변소가 한군데 붙어있어 식구 많은 집에서는 쓰기에 불편할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올해 단독주택건립을 앞두고 지난해 지은 시영주택의 공통된 단점을 입주자들을 통해 들어보면-.
침실
형별로 다소 차이는 있으나 모두 3개씩(「20A」형의 경우는 계단실 포함)으로 넓이는 2.3평∼4.6평정도. 주간공간에 비중을 두는 한편 2층 증축만 고려한 나머지 마루(3.5평∼5.3평)와 벽체(두께 32cm)가 차지하는 면적이 넓은 반면 침실의 넓이가 상대적으로 좁다.
게다가 「테라스」식과 20A형의 경우 방이 모두 좁은 복도를 사이로 한쪽에만 몰려있어 옷장 등 가구를 옮기기 어려울 뿐 아니라 옆방의 소음까지 들려 불편이 많다는 것(4단지17호 장주상씨·6단지 22호 박석용씨 등의 말).
부엌
모두 입식으로 사용하기는 편리하나 마루에 붙은 채 개방되어 있어 식생활이 서구화하지 않는 한 냄새처리가 문제다.
또 취사용 연료로는 「개스 레인지」나 석유곤로 등을 사용하도록 되어 있어 어린이들의 불장난에 의한 화재의 위험성이 있고 난방용 아궁이는 모두 밖으로 나있어 불을 갈아넣기 위해서는 집을 한바퀴 돌다시피 해야하며 비가 오는 날이면 우산까지 펼쳐 들어야 하는 불편이 뒤따른다. 연료비도 2중으로 든다. 9단지 34호에 입주한 김춘자씨(37·주부) 등은 냄새처리와 화재의 위험성 때문에 생각다 못해 재래식부엌으로 개조했다.
욕실·변소
수세식으로 된 변기와 욕탕이 한데 붙어있어 편리한 점도 있으나 가족이 많은 집에선 아침·저녁시간에 불편할 때가 많고 빨래하기에도 장소가 좁아 알맞지 못하다는 것(9단지 14호 김도현씨 등 6식구 이상을 가진 입주자들의 공통된 의견). 그래서 2단지 35호 등 일부 입주자들은 마당가에 별도로 수도관을 뽑아 빨래터를 따로 만들기도 했다.
기타
이밖에 형별로 지적되는 단점으로는 B평 단층「슬라브」의 경우·다락이나 지하실시설이 안돼 있어 가재도구나 연탄 등을 저장할 데가 없고 「20G」형 등과 같이 지하실시설이 돼있더라도 방수가 제대로 안돼 물이 차있는 곳도 있다(예 9단지 34호) .
또 「20A」형의 경우 굴뚝이 옥상「슬라브」를 뚫고 나오는 등 비합리적으로 배치되어 2층 증축의 경우 큰 장애물로 지적되고 있다.
서울시당국은 이 같은 입주자들의 불평을 각자의 취미가 다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밝히고 올해 새로 지을 시영주택의 설계도는 아직 미정이나 지난해와 거의 같은 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반 건축관계자들은 시영주택 입주자들의 불편을 덜기 위해서는 시당국이 현대식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우리의 생활실정에 알맞은 재래식구조의 강점을 최대한 살려야 할 것이라고 말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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