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한 군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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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엘리어트·리처드슨」미 국방장관은 29일 미 상원 군사위원회에서의 증언에서 총4억불이 증가된 13억3천만불 규모의 74회계 년도 대외 군원 예산을 요구했다.
미 의회에서 군원 문제가 심의될 때마다 한국은 비장한 관심을 쏟게 된다.
우리 국군의 유지·발전을 위해서는 아직도 상주한 부분을 미 군원에 의존하지 않으면 안 된다. 특히 1971회계 년도부터 시작된 국군 근대화 5개년 계획은 전적으로 미 군원 여하에 따라 그 정부가 결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국군 근대화 5개년 계획은 71년 주한미군 2만명을 감축했을 때 한·미간에 합의된 것으로서 그 총액은 약15억불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난 수년동안 미국의 대한 군원은 오히려 감소일로를 걷고 있으며, 1972회계 연도의 경우 총 요구액 2억4천만불의 40%가 삭감되어 1억5천만불 수준으로 감축되었었다.
다시 1973회계 년도의 경우 총 요구액은 전년과 같은 수준이었으나 30%이상 삭감될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1973회계 년도부터는 무상 군사 원조액의 l0%상당액을 예치하게 되어 대한 군원은 2중 3중으로 타격을 입게될 추세에 있다.
미 국회가 계속 대한 군원을 삭감하려는 이유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미·중공관계 개선, 월남전의 종식 등 「아시아」전반 정세가 긴장완화로 향하고 있는 이때 대한 군원의 증강으로 자극을 주고 싶지 않기 때문일 것이며, 또 한편 미국의 국내적인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는 불화방위를 위해서도 어느 정도의 규제를 가하려고 할 것이다.
그러던 중 미 국회 일각에서는 심지어 한반도에서는 군사적 균형을 유지할 필요가 없다는 말까지 나오고있어 우리의 곤경을 더욱 날카롭게 하고 있다. 미 국회에서의 이와 같은 논의는 한반도와 「아시아」정세 전반의 역학적인 동인을 전적으로 무시한데서 나온 것이다.
현금 「아시아」정세를 볼 때, 미·중공 관계 개선, 일·중공 수교, 한국에서의 남북대화 등 표면상 긴장완화의 움직임이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이와 같은 정세는 아직도 유동적이며, 아무도 한정된 무력분쟁의 가능성을 전적으로 배제할 수는 없다.
단적인 예로서 월남사태는 휴전으로 일단락 됐지만 휴전 후 월맹의 대대적인 무력 침투가 계속되고있어 정세는 매우 불안하다. 「닉슨」대통령도 사태를 중시하고 30일(한국시간)에는 휴전협정을 준수하지 않을 때 월맹에 대한 보복도 불사할 것을 경고했을 정도이다. 뿐만 아니라 그는 이 같은 정세 하에선 미국의 국방예산의 삭감이나 「유럽」주둔 미군병력의 일방적 감축은 절대 반대한다고 선언했다. 이는 힘을 배경으로 하는 「닉슨」정치철학의 단호한 재천명이며 현금 세계의 긴장완화가 힘의 균형이란 현상을 바탕으로 한 것임을 거듭 밝힌 것이다.
일국의 방위력은 상대적인 것으로서 기대적인 한계란 존재할 수 없으며 이같은 견지에서도 평화시일수록 적절한 방위력의 유지가 절실한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균형의 유지는 정세여하간에 매우 중대한 것이다. 이는 비단 한반도의 평화유지만을 의해서가 아니라 월남 종전 이후의 이른바 「4강 시대」에 있어「아시아」전반의 평화유지를 위해서도 긴요한 요청이라 할 것이며, 미국이 대한 군원을 삭감해서는 안될 소이도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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