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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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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4만3천1백2십원정.
작년도 월 평균 도시근로 가구 소득액이다. 당국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이것은 재작년도보다 5천4백60원이 늘어난 수자이다. 증가율로 보면 14.5%가 된다.
근로자들은 자신의 수입이 그만큼 늘어난 것에 회심의 미소를 지을지도 모른다. 생활형편이 향상된 것 같은 느낌은 누구에게나 상당한 위안을 주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심리적인 작용에 지나지 않는다.
미소를 짓기보다는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14.5%나 늘어난 소득이 다 어디로 사라져 버렸나 하는 의아심 때문이다. 작년도 연평균 도매물가지수의 상승률 약14%를 기록한다. 소비자 물가지수도 따라서 약11%가 올랐다. 물가지수와 소득의 증가율은 거의 같은 「템포」로 달려가고 있는 셈이다. 그것은 나란히 달려가는 두개의 자동차가 서로 그 달리는 속도를 느끼지 못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물가지수의 상승률을 고려하면 작년도 실질소득은 2.7%밖엔 늘어나지 않았다. 금액으로 치면 1천1백64원쯤 된다.
우리가 소득의 증가를 별로 실감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물가가 안정되지 않은 상황에선 생활의 모든 질서가 무너진다. 근로자에게 절실한 것은 소득의 증가에 앞서 물가가 안정되는 것이다.
한편 우리는 아직도 『먹기 위해서』일하는 고달픔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른바 「호모·루덴스」(유희인)의 기쁨을 누리기엔 멀었다. 월 평균 소비지출을 보면 식료품비의 비중이 41.3%나 된다. 이른바 「엥겔」계수가 그렇게 높은 것이다. 미국의 경우 약20%, 일본은 33%를 기록한다.
따라서 우리는 소득의 절반에 가까운 액수를 먹는 데에만 소비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실정이다. 좋은 음악을 듣고, 좋은 책을 읽는 등의 인간다운 생활을 즐기는 양이 산술적으로 따지면 선진국민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자신의 직업이나 사회적 역할에 관해서 회의하고 불안해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들은 보람과 자신과 자만심을 갖기에 앞서서, 나날의 생활이 불안하고 우수에 차 있기 쉽다.
이런 심정을 안정시켜주는 제일의 요건은 물가안정에 있다. 언젠가 한 사회조사에서도 시민의 가장 절박한 불안중의 하나는 물가로 지적되어 있었다. 우리 생활의 즐거움은 나날의 향상을 체험하는 대에 있다. 보람없는 생활이 기쁠리 없다. 『생활의 보람을 찾아주는 정치』, 이것이야말로 우리의 가장 큰 소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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