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천만원에 팔린 고려청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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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우리나라 고려조의 우아한 청자 하나가 「런던」의 세계적인 미술 경매장 「소더비」에서 지난 13일 4만「파운드」 (한화 약 4천만원) 에 팔림으로써 화제를 모으고 있다.
한국의 공예품으로는 기록적인 가격으로 팔린 이 청자는 고려 명종때의 것이거나 몽고군 침입때 (서기 1231년) 이전의 것으로 감청됐는데 이 날 일본의 고미술상 불언당 (일본 동경도 소재) 주인 판본오랑씨에게 낙찰되어 곧 바로 동경으로 실려갔다.
한국 자기가 고가로 경매된 것은 3년 전 이조백자 하나가 2천「파운드」에 거래된 것이 최고로, 이 날의 가격은 「소더비」경매 (작년 1년간 매상고 4백30억원) 에서 한국 고미술품에 지불된 최고의 액수라고 한다.
화제의 고려자기 「셀러」는 경매 「캐털로그」에도 「어느 귀부인의 소장」이라고만 적혀있었을 뿐 익명으로 되어 있었고 「소더비」의 동양부 지배인 「조프리·톰슨」씨도 「셀러」와의 약속이란 이유로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
이 자기는 높이 13.25「인치」에, 직경 6「인치」, 병 몸뚱이는 전형적인 청자바탕에 3면에 모란꽃 무늬가 장식됐고, 목 아래 등어리에는 원형으로 꽂잎 무늬가, 방금 칠한 듯 선명한 연록색으로 싱싱하다. 다만 긴 병 목은 원래의 것이 깨어져 다른 병의 목을 따다가 붙이고 그 자리를 황금색 「래커」로 곱게 칠했으나 본래의 제 것처럼 감쪽같다.
이 자기는 목이 길어 일본사람들이 흔히 「쓰루구비」(학수) 라고도 하는데 지금까지 알려진 것으로는 일본에 2개, 「런던」의 「빅토리아·앨버트」 박물관과 대영 박물관에 하나씩, 그리고 유사한 것으로는 서울 덕수궁 미술관과 미국의 「프리어」 미술관 (「워싱턴」 소재) 정도에 있다는 것이다.
중국의 것에 비해 수효가 적어 덜 알려져 왔으나 최근 일본 「바이어」들의 대거진출로 한국 고미술품의 값도 점차 높아져 이번 고려청자의 경매를 계기로 앞으로는 그 수효나 가격면에 있어서 대우를 받을 것으로 전문가들이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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