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민족주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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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오일·내셔널리즘」이라는 말이 있다. 70년말 중동사막의 일각에서 타오르기 시작한 것이 「석유 민족주의」이다. 이들의 이념은 『「알라」신이 주신 우리의 원유(Our crude)』 라는 데서 비롯됐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 광업상 「야마니」와 「아부다비」의「오다이바」석유 광업상이 우선 이런 주장과 함께 「오일·내셔널리즘」에 점화했다. 「알라」신이라면 회교도권의 유일·절대신이다.
이 불꽃은 번져 「리비아」로 갔다. 그 나라의 집권자 「무하마르·옐·카다퍼」혁명평의회의장은 그 주장을 이렇게 받아들였다.
『석유는 회사의 것이 아니라. 그 광구를 가진 국가의 것이다.』 이런 생각은 OPEC(석유수출국기구)의 단결을 더욱 공고히 해주고 있다. 이 기구는 이미 1960년에 결성되어 있었지만, 그 동안 영향력을 별로 크게 행사하지 못했었다. 그 이유는 당연하다. 비록 산유국은 광구권은 갖고 있지만 그 채굴에서 판매에 이르는 이윤은 외국 석유회사의 손에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OPEC는 결국 71년 2월 「테헤란」협정·4월의 「트리폴리」협정으로 원유 공시가 인상에 성공했다. 그들은 한 걸음 더 나아가 72년 9월의 「뉴요크」협정, 12월의 「리야드」협정을 거쳐 「메이저스·오일」(7대 국제석유자본)의 경영참가를 요구했다. 이에 따라 1982년까지 OPEC역내의 석유회사주식은 그 과반수인 51%를 산유국에서 차지하게 되었다.
이런 현상을 두고 성급히 『석유 본위제의 시대가 왔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불「소르본」대학의 「레이몽·아통」같은 정치학자는 『「페르샤」당의 제국이 새로운 국제정치·외교·금융의 주역으로 등장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이제까지 세계의 금융시장은 IMF의 운영과 함께 미국·EC·일본 등이 장악해왔다.
그러나 석유의 이권이 산유국으로 돌아가면 「리알」·「디나르」와 같은 그 나라 화폐가 득세하리라는 것이다. 70년 「아랍」제국의 석유수입은 약50억「달러」. 이것은 앞으로 원유가 인상·경영참가 등으로 4, 5백억「달러」로 급팽창할 추세에 있다. 이것은 일본의 외자준비보다 2배가 넘는 액수이다. 따라서「페르샤」만을 끼고 있는「아랍」제국은 당당한 세력을 갖게되는 셈이다.
한편 「에네르기」의 위기는 이제 주위에서 점점 실감있게 일어나고 있다. 미국의 전 상무장관인 「피터슨」은 『「뽀빠이」는 이제 시금치를 잃어 버렸다』고 술회한 일도 있다. 「미국」이라는 「뽀빠이」는 그 무한량의 힘을 과시하게 하는 만능초 시금치를 먹지 못하게 되었다는 만평이다. 미국은 이미 자급 석유시대에 고별을 한지 오래이며, 80년대엔 50%이상을 수입에 의존해야할 형편이 되었다.
따라서 산유국들은 그 정치적·경제적 지위를 선점하기 위해 서둘러 석유의 국유화를 선언하고 있다. 이미 「리비아」「알제리」「이라크」가 그랬다. 최근 「이란」의 석유 국유화 선언은 그 일맥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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