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의침묵』의 「님」은조국인가 연인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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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는 1일 하오 삼보회관에서 「3·1절기념 만해 한용운선사사상대가연회」를 가졌다.
한용운(l879∼1944년)은 불교충상가였고 시인이었으며 지도적인 민족독립운동가였음이 이강연회에서도 재강조됐지만, 그러나 강연회는 두가지 의미에서 특히 중요성을 찾을수 있다. 즉 독립운동가로서의 평가문제와 시『님의축묵』의 「님」은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하는 문제가 그것이다.
독립운동가로의 평가문제는 이날 홍이효박사(연세대·국사)에 의해 재기되었다. 홍박사는 「만해의 민족정신」을 말하면서『독립운동은 민족을 위한다는 그 활동의 결과면에서 평가돼야하며 선열이 과연 마지막까지 그 정신을 지켰는가가 중시되고 평가기준이 돼야한다』고 했다.
독립운동은 민족을 위한 일이라는 목적과 동기가 중요하고 그것이 바로 실천됐는가가 중요하지만, 결과적으로 그 운동의 당사자가 죽을때까지 민족을 배반하지 않았던가가 중요평가기준이 된다는 것이다.
반백년도 못되는 짧은 기간이지만 자기가 한일을 자기가 뒤엎는 예를 수없이 보아온 마당에 민족이니, 독립이니를 떠드는 사람들이 있음을 지적, 독립운동의 평가기준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런 평가기준에서 어긋나지 않는 흔찮은 독립운동가중의 한사람으로서 한용운을 들었다.
그는 일제침략기의 현실적 불만을 불교유신운동이라는 불교혁신만에 그치지 않고 이를통해 민족적혁명정신을 고취한 것이라고 홍박사는 설명했다.
종교가 민족적바탕을 떠난것이 아니기에 그는 친일불교를 공격했으며 불교초년운동도 청년들에게 민족을 고취시키려던 것. 또 그의 문학활동도 자기의 민족정신의 표현방법으로 채용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이렇게보면 『님의침묵』의 「님」은 말할 나위없이 조국을 말하는 것으로 단언할수있다고 그는 주장한다. 이것은 『조국과 민족에 대한 끝없는 촌열의 표현』이라는 것이다.
이같은 「님」의 해석에 반해 김열규교수(서강대·국문학)는 단순한 이성의 지칭으로 풀이했다. 그의 사상·전기를 고려에 넣지 않고 아무 편견없이 시로서 본다면 이 시는 사랑을 잃은 한 젊은이의 절규에 불과하다.

<아 님은 갔읍니다>라는 극히 세속적인 표현으로부터 시작되는 시는 <날카로운 첫「키스」에와 같은 아주 감각적이고 관능적인 표현을 수반하기까지 하지만,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 이별할 것을…>같은 전향을 보이는 종교적신념의 표현도 엿보여 준다. 허무를 삶의 긍정의 발판으로 삼는 부퇴전의 정진을 보이는 경지를 구축한다.
이 시는 매우 세속적이며 아울러 고려의 교리를 시화한 것으로 세속적인간의 자기경험을 그의 신앙에 결합시키는 성속불이의 면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문학적으로 보면 성범의 대립을 초원하는 「아이러니」의 완성에 도달한 시로서 평가돼야한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시로서 훌륭한만큼 「님」이 「조국」아 아닌 이성이라서 나쁠것이 없다는 것.
이에고나해 김관호씨는「만해의 종교와 생애」를 하면서 『님의침묵』의「님」은 그가 권말에서『이 시를 읽고 나를 슬퍼하고 여러분도 슬퍼할줄압니다』라고 말하고 있는 것처럼 암시적으로 분명히 「조국」을 말한 것이라고 홍박사의 의견을 지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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