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공 관계 새시대의 서막|「워싱턴」·북경의 연락사무소설치가 뜻하는 것|【워싱턴=김영희 특파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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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미·중공간의 상호 연락 사무소설치합의는 두 나라 관계가 이제 정식 외교관계수립 「반보직전」까지 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놀라운 것은 중공이 마침내 오랜 고집을 꺾고 대만 대사관이 있는 「워싱턴」한복판에 연락사무소라는 이름의「예비대사관」을 두는데 합의한 사실이다.
지난 72년 2월 북경 정상회담이래 미국이 북경에 통상대표인 비슷한 것을 두고 사실상 대사관구실을 하도록 하는 것은 시간문제로 생각됐다.
「키신저」의 상세한 설명에 따르면 연락사무소는 명칭만 바꿔 논 완전한 대사관이다.
외교특권을 부여받고 자체의 통신시설을 갖추고 정상적인 대사관이 처리하는 모든 업무를 담당한다는 것이다.
「키신저」는 작년 「닉슨」중공방문 때 미국 측이 먼저 연락사무소설치를 제의했다고 밝혔다.
한편 「업저버」들은 중공이 소련을 의식하고 선수를 친 것 같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업저버」는 중공은 지금까지 미국 밖에서 대만을 미국에서 끌어내고 미국군대를 대만 밖으로 밀어내려고 했지만 이제부터는 자신의 활동무대를 미국 안으로 확대하기로 작정했다는 관측이다. 중공은 1971년 「유엔」가입이래「뉴요크」의 「유엔」대표소가 미국의 여론을 자기 측에 유리하게 이끄는데 큰 성과를 올린 경험을 살리는 것 같다.
미·중공 두 나라가 상대방에 갖고 있는 재산권 협상을 외상급 수준에서 벌이기로 합의했다는「키신저」발표는 대만정부에는 설상가상의 타격이 될 것이다.
앞으로의 관심은 대만 주둔 미군의 철수시기와 규모이다. 상해공동성명은『미국은 이 지역에서의 긴장의 완화에 따라 대만에 있는 미국의 군대와 군대시설을 단계적으로 감축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말하는 「이 지역에서의 긴장완화」는 월남휴전을 말한다.
그러므로 월남휴전 실현과 동시에 대만의 미군을 철수하고 그것은 다시 미·중공관계의 분수령을 이룰 것으로 예상됐다.「키신저」는 대만에 대한「쇼크」를 피하기 위함인지 대만에 주둔중인 미군은 오히려「닉슨·독트린」의 원칙에 따라서 점차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곳의 한 전문가는 미국이 대만을 선뜻 포기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행동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월남전쟁 해결방식이 대만문제에 적용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닉슨」정부는 월맹군대의 월남계속주둔을 허용한 채로 미군만 완전 철수하는 휴전협정에 조인했다.
그러나 미국은 자기 나름대로「사이공」정부가 당장은 공산주의자들의 손에 넘어가지 않도록 하는 가능한 모든 안전판을 마련했다.
안전판가운데는 미·월맹의 관계정상화를 통한 월맹의 자제도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대만의 미군을 철수시키되 중공의「자제」가 조건부로 돼 있는 것 같고 미국은 미·중공의 밀월과 극동에서의 4강간의 세력균형이 유지되는 한 중공이 대만문제로 「히스테리」를 부리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한 것 같다.
공동성명에는 한마디도 언급이 없지만 「키신저」는 「세계전반의 정세」도 토의했다고 말했는데 한반도정세와 같은 중공주변의 문제도 여기에 포함되는 것으로 추측된다.
한국문제가 이번 북경회담에서 얼마나 어떻게 얘기되었는지에 대해서는 22일의 김·「로저즈」회담 및 24일의 한 고위 미국관리로부터 전해들을 것이다.
미·중공관기의 「새 시대」는 「아시아」, 특히 극동지역의「새 시대」를 의미한다.
앞으로의 관심사는 소련과 일본의 반응이다. 중·소 분쟁이나 중공의 방대한 시장성을 둘러싼 미·일의 경쟁 같은 파생문제가 어떻게 변모될 것인가가 이들의 태도 여하에 따라 결정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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