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막딱다구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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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새(조)는 음악적인 생물이다. 아름다운 음성은 물론이고, 그 나(비)는 모습도 마치 현악기를 탄주하듯 율동적이다.
일본 어느 도시의 번화가에서 횡단보도를 건널 때면 파란 불과 함께 「카나리아」의 미성이 울려나온다. 신호등엔 「스피커」가 장치되어 있어서 새의 소리를 녹음으로 들려주는 것이다. 자연을 잃고 사는 도시인의 귀엔 그 새소리는 신비롭고 따뜻한 감정을 안겨줄 것 같다.
이 아름다운 새들의 선조가 파충류라는 사실은 좀 미덥지 않다. 하지만 조류학자들은 한결같이 그렇게 주장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저명한 미국의 조류학자인「로저·피터슨」의 저서『조류』(The Birds)에 따르면 새의 선조는 약1억5천만년 전 파충류에서 분류되었다. 파충류 중에서도 익룡(Pterodactyl)이 그의 선조와 가깝다.
미국 「풀로리다」대학의 「피어스·프로트코프」교수는 화석사에서 확인된 조류는 약1백63만4천종이나 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현재 살아 남은 새는 그 중의 0.5%에 지나지 않는 8천5백54종이다. 이 지구상에 새는 모두 몇 마리나 있을지 궁금하다. 영국의 조류학자인 「제임즈·피셔」는 약 1천억 마리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근년엔 조류의 수가 해마다 줄고있다. 미국의 경우 1「헥타르」당 새의 밀도는 0.2마리씩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농약과, 사냥과 자연의 소멸 등이 그들의 누식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 나라엔 뜻하지 않게 희귀한 새들이 날아와서 우리의 환호를 받고 있다. 광릉의 크낙새, 미호천의 황새, 또 요즘 화제가 된 가실리 뒷산의 「까막딱다구리」. 자연을 회복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 한결 반가움을 더한다.
「까막딱다구리」는 학명으로는(Drycopus marltus)이다. 영어로는 Great Black Wood-pecker 라고 한다. 온 몸이 검은 광택의 깃으로 싸여 있지만 머리는 진홍색의「캡」을 쓰고 있다. 그 원색사진을 보면 마치 「로마」추기경의 복장 같은 인상이다. 「유럽 「아시아」의 북부·한국·만주·중국의 북부·「캄차카」반도·일본의 북부 등지가 서식지이다. 그러나 근래엔 어느새 희귀종이 되어 절멸의 길을 걷고 있다. 일본은 이미 보호조로 지정해서 아끼는 조류이다.
그 모습처럼 까막딱다구리는 무뚝뚝한 소리를 낸다. 『꽉! 꽉!』하고 노래(?)를 부른다. 활엽수가 무성한 밀림 속에서 그런 소리를 들으면 무슨 괴물이라도 나타난 것 같다고 한다. 이 새는 고목의 줄기를 파고 들어가, 깊게는 무려 반「미터까지 파고 내려간다. 그 속에서 늦봄이면 알을 낳아 품는다.
비록 황폐한 강산이지만 새들이 잊지 않고 찾아드는 것은 우리의 주변에서 총성이 사라진 때문이다. 자연은 인간이 그를 해치지 않는 한 언제나 우리와 조화하고 공존하고 싶어한다. 살벌한 세상에 한 마리 새일망정 우리에게 기쁨을 주는 것은 고마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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