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대의원 선거일의 공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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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는 2월27일을 제9대 국회의원 선거일로 결정하고 정식으로 공고했다. 이에 따라 후보자 등록은 9일부터 시작되어 14일에 마감된다.
박대통령은 9일 선거일을 공고하면서 이번 선거의 의의를 강조하고 정치인의 새로운 각성과 국민의 현명한 판단을 촉구하는 담화문을 발표했다.
이번에 실시되는 제9대 국회의원 선거는 박대통령이 지적한 대로 유신헌법 체제하 최초로 실시되는 선거이기 때문에 선거풍토 및 정치풍토 개선의 객관적 요청에 비추어 우리 헌정사상 그 어느 때보다도 의의가 막중한 선거이다. 유신체제를 채택하게 된 근본 요인이 지난날의 국회가 심한 비 능률과 낭비를 자아내 국력 배양에 기여하기는커녕 오히려 국력배양을 저해했다는데 있다. 이 점을 깨닫고 우리가 유신헌법을 채택하고 또 새 헌법의 조문이나 이념에 알맞도록 새 국회의원 선거법을 마련해 가지고 선거를 실시하게 된 이상 우리는 과거의 선거와는 전혀 다른 차원에서 반드시 돈 안 쓰고 명랑하고, 깨끗하고, 공정한 선거를 치러야 한다.
새 선거법은 종전의 선거운동 사영 제를 폐지하고 철저한 공영 제를 채택하는 한편, 선거운동을 극도로 간소화하고 선거운동 기간도 18일 미만으로 단축했다. 따라서 새 선거법이 제대로 준수되기만 한다면 소란스런 선거 대신에 조용한 선거를, 썩은 선거 대신에 깨끗한 선거를, 어두운 선거 대신에 명랑한 선거를, 불공정한 선거 대신에 공정한 선거를 구현해 나갈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충분히 마련된 것이다.
지난날 우리 나라서 실시된 국회의원 선거에 있어서는 입후보자나 정당·선거운동원들이 『무슨 수를 쓰더라도 당선만 되면 그만이다』하는 그릇된 생각을 가지고, 위법·탈법·불법을 자행하고 관권의 동원과 금력을 난무시켰기 때문에 부정·부패·타락을 면할 수가 없었다. 그러므로 이번 선거가 공명선거가 되느냐의 여부는 주로 공무원을 비롯한 모든 선거 관계자들이 선거관계 법규를 얼마나 엄격히 지키느냐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서 정부 당국은 사전 선거운동을 철저히 단속하고 위법 자는 예외 없이 입건할 움직임을 보였기 때문에 공화당도 기타 정당도 사전 선거운동의 혐의가 짙은 정객을 공천에서 제외하는 조치를 취했다. 이처럼 정부 당국이 선거법 위반을 철저히 단속할 태도를 밝힌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한 일이다. 앞으로 선거기간 중 정부 당국은 계속 추상같이 엄중한 자세를 견지하면서 법을 어기는 자는 가차없이 입건, 처단함으로써『법을 엄격히 지키는 선거』의 좋은 선례를 남겨 주기를 희구한다. 박대통령도 그 담화문에서 유례없이 강경한 어조로 공무원이 엄정 중립을 지킬 것을 강조하고『어떠한 압력이나 유혹이 있더라도 이를 물리치고, 절대로 엄정 중립』을 지키도록 지시하면서『공명선거에 역행하는 위법사실이 있을 때는 여야와 위법의 경중을 가리지 않고 엄중 의법 처단하겠다』고 밝혔다. 모든 공무원은 대통령의 뜻을 명심하여 공명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언동을 엄중히 삼가야 할 것이며, 또 후보자나 운동원들도 그 당파 소속 여하를 불문코 준법정신을 최대한으로 발휘해 나가야 한다. 여당 후보이기 때문에 법을 다소 어겨도 괜찮다는 생각이나 공무원이 여당 후보를 음으로 양으로 밀어 주어도 무방하다는 생각, 또 야당 후보이지만 법망에 걸리지만 않으면 뒷구멍에서 불법적인 운동을 펴서 표를 모아도 별문제가 안 된다는 생각이 지난날의 선거를 망쳐 왔다는 사실을 차제에 모두 상기하고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
아무리 법을 가지고 공명선거의 구현을 촉구한다 하더라도 입후보자나 선거운동원 또는 유권대중의 정치의식에 있어서 혁명적인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한 우리가 이상으로 바라는 공명선거는 구현되지 않을 것이다. 이점 후보자나 운동원들은 낙선을 하더라도 끝까지「페어·플레이」를 하겠다는 각오를 새로이 해야 할 것이요, 또 유권대중은 스스로가 후보자에 대한 심판자인 동시에, 공명선거의 추진위원이자 또한 부정·불법의 고발자라는 생각을 가지고 선거과정을 날카롭게 감시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번 선거가 얼마만큼 깨끗하고, 공정하고, 명랑하고 질서 있게 실시되느냐에 따라 정치유신의 성패가 좌우된다는 점을 강조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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