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비엔나·필」의 명 지휘자들|유한철<음악평론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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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1백30년의「비엔나·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역사와 더불어 살아온 유명한 지휘자들은 너무도 많다.
19세기에 걸쳐「오토·니콜라이」「칼·에케르트」「한스·리히터」「구스타프·말러」 「헬메스베르거」「클레멘스·클라우스」「프린츠·샬크」「리하르트·슈트라우스」「바인가르트너」「푸르트벵글러」등이며 전후에는「칼·뵘」「카라얀」「아바도」에 이르고 있다.
이외에도 장기 객원 지휘자로「브루노·월터」「토스카니니」「사바타」「번스틴」「스바로프스키」「힌데미트」「솔티」등 기라성 같은 지휘자들을 꼽을 수 있다.
특히「뭇솔리니」치하 모국에서의 지휘를 거부했던「토스카니니」가「비엔나·필」의 지휘봉을 들었던 일은 길이 기억된다.
세계의「메이저·심퍼니」가 오늘날 점차 개성이 약해지고 획일적인 것으로 향해 가는데 「비엔나·필하모닉」만이 홀로 전통과 개성을 지켜 가고 있다.
「비엔나·필」은 보수적인 전통을 지표로 특유한 음색과「칼라」를 지니고 있지만 분명히 전통에 대한 고집에는 어느 모로 내적 도전이 따를 것이고 거장 시대에서「스타」시대로 들어선 세계 연주 계 조류에「비엔나·필」도 결코 역류할 수는 없다.
이「비엔나·필」이 그 전통과 개성을 지켜 현대에까지 세계의 교향악단으로 군림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지휘자는「칼·뵘」「카라얀」, 그리고 앞으로의「아바도」를 들 수 있다.

<칼·뵘>
현대 지휘 계의 최고봉이라고 공인되는「칼·뵘」은「오스트리아」의「그라츠」태생으로 이제 79세. 지난여름 필자가「뮌헨」에서 만났을 대 그는 아직 60대로 밖에 보이지 않았었다. 「토스카니」「문쉬」「푸르트벵글러」등이 세상을 떠난 뒤 거장의 귀중한 자리를 지키는 유일한 존재다. 그가 들려주는「베토벤」이나「브람스」에는 자그마한 파장도, 유난스러운 화려함도 없다. 오직 힘찬 견실성과 충족한 서정성이 풍겨질 뿐이다.
따라서 듣는 이에게 주는 박력이 강한데 이것이 바로 독일 음악, 독일 적 표현의 참된 모습이다.「칼·뵘」은 음악의 올바른 정신을 알리는 불 노의 기수이다.

<카라얀>
그도「오스트리아」의 음악 도시「잘츠부르크」태생으로 올해 65세이지만 지난번「베를린·필하모닉」연주에서 보니 아직도 젊음이 전신에서 솟구쳐「유럽」악 권의 제왕으로 찬연히 군림하고 있다. 「비엔나·필」하면「카라얀」을 연상시킬 만큼 피차 깊은 관련을 갖고 있으면서도 아집과 불 타협으로「비엔나」국립「오페라」 극장 총감독 자리를 박차고 이제는「베를린·필」에 본거지를 잡고 있다.
그의 인기와 명성을 유지시키는 요소는 너무 많지만 그 중에서도 고전에서 현대에 이르는 「콘서트」작품,「오페라」를 망라한 폭넓은「레퍼터리」와 기술적·심리적으로 청중을 사로잡는 그 효과적인 통솔력은 특히 높이 평가되고 있다.
거기에다 영화배우 같은 풍모는 한층 그를 우상의 존재로 만들고 있다.

<아바도>
지난해 9윌4일 4백명이 등장한「밀라노·스칼라」 좌의「오페라」『아이다』를 빈틈없이 지휘하고 난 뒤「커튼·콜」에 나선 장발의 홍안미 청년「클라우디오·아바드」를 보고 나는 전통 위주의「비엔나·필」이 자국 산 아닌 그를 종신 지휘자로 맞아들인 필연성을 직감했다.
그는 이제40세. 60년대에는 젊은 기수「주빈·메타」, 암성굉지와 좋은「라이벌」이었으나 70년 내에 들어서면서 발군의 지위로 그들에 앞섰다. 63년 30세 때「트로프스키」지휘자 「쿵쿠르」에 우승하여 지휘자 길에의「패스포트」를 얻은 그가 불과 5년 뒤에는「비엔나」나「잘츠부르크·페스티벌」에 없어서는 안될 존재가 됐다. 한 마디로 그의 연주에는 혼과 감성을 용 출시키는 아름다운 노래가 있다. 더구나 그것은 누구로부터 배워진 것도 아니고 치밀한 계획으로 이룩된 것도 아니다. 자연히 우러나온 아름다운 노래다.
「이탈리아」의 피와「비엔나」의 영양으로 키워진 음악의 결정이 너무나 눈부시다.
요즘 젊은 지휘자들이「다이내믹」한 광분이나 인공적 작위에 열중하는데 비해「아바도」는 그러한 흔적이 없고 황지 가운데 청결한 샘과도 같은 신선한 감동을 끊임없이 안겨 준다. 대부분의 지휘자가「비엔나·필」지휘대에 처음 설 때 단원들은『저 친구 우리들을 이끌려 들지만 머지않아 우리에게 이끌려 올 것』이란 말을 듣는다.
그리고 그 말은 적중된다. 그러나「아바도」에게만은 그 예언이 빗나가 오히려 단원들이 그에게 이끌려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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