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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연정 마지막 도장 … 메르켈 세 번째 집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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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메르켈(左), 가브리엘(右)

독일의 중도좌파 사민당이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중도우파 기민당·기사당과의 대연정 합의안을 14일(현지시간) 최종 승인했다. 이에 따라 메르켈 총리는 17일 하원(분데스타크) 총리 투표를 거쳐 좌우 대연정 정부를 출범시킬 예정이다. 3선 메르켈 총리는 향후 4년 동안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구제 금융과 유로 채권 발행 등 유럽연합(EU)의 금융 문제 해결에 나설 수 있게 됐다.

 메르켈 총리는 독일 경제 안정화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독일인들이 2005년 이후 줄곧 메르켈을 지지한 이유는 그가 EU에서 독일을 잘 대변했고 독일 경제를 안정시킨 공로가 있기 때문이다. EU 회원국인 그리스·스페인이 경제 위기를 겪을 때 메르켈 총리는 지나친 경제 지원으로 유로화가 과잉 발행되는 걸 경계했다.

 메르켈 정부는 2주 전 발표한 185쪽의 대연정 합의문을 본격 실행에 옮긴다. 연정 협상에서 부자 증세 등 세금 인상을 제외하면 사민당 요구를 대부분 수용했다. 시간당 8.5유로(약 1만2000원)의 최저 임금제는 2015년부터 전국적으로 실시된다. 이중국적은 독일에서 태어난 이민자 가정 자녀를 대상으로 허용될 예정이다. 45년간 연금을 낸 경우 연금 수령 시기를 63세로 앞당기는 방안도 추진된다. 2020년까지 온실가스 40% 감축과 대체에너지 개발, 원자력 발전소 철폐 등도 계속 추진될 전망이다. 외국 등록 차량에 대한 고속도로 통행료 부과는 내년에 법제화한다.

 내각 각료는 기민당에 5명, 기사당에 3명, 사민당에 6명이 돌아갔다. 유럽 경제위기 해법을 주도하던 볼프강 쇼이블레(기민당) 재무장관이 유임될 것으로 보여 경제 정책 기조를 유지할 전망이다. 기민당의 바이에른 주 자매정당 기사당은 교통·식품·경제협력개발 장관 등 각료 3자리를 받았다.

 사민당의 지그마르 가브리엘(54) 당수는 당내 입지가 강화됐다. 그는 부총리를 겸임하는 경제에너지부 장관에 내정됐다. 경제에너지부는 경제와 에너지 전반을 아우르는 ‘수퍼 부처’가 됐다. 가브리엘 당수는 지난 두 달 동안 대연정 협상을 주도하며 사민당의 요구사항을 관철시켰다. 그는 당 역사상 최초로 연정 합의안을 전체 당원(47만5000명) 투표에 부쳐 76%의 찬성을 얻어냈다. 모험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투표에서 당원들로부터 예상 밖의 높은 지지를 얻은 가브리엘은 메르켈에 맞설 수 있는 사민당 대표 정치인으로 차기 총리 후보로 부상했다.

 기민당·기사당은 지난 9월 22일 총선에서 41.5% 득표율로 과반 의석에 5석이 부족한 승리를 거뒀지만 기존 연정 파트너였던 자민당이 원내 의석 확보 최소 기준인 5% 득표에 실패함에 따라 26% 지지율을 얻은 사민당과의 대연정을 추진해 왔다.

이정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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