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의 자위 운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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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따지고 보면 우리 모두가 소비자이다. 모든 사람이 생산자가 될 수는 없으나 모든 사람은 반드시 무엇인가를 소비해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소비자가 하나의 조직을 갖는다면 그것은 가장 방대하고 가장 강력한 「프레서·그룹」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는 대체로, 그리고 특히 한국에 있어서는 언제나 약자의 입장에만 서 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비자로서의 자각과 자위 수단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수년 전에 「프랑스」 정부가 위촉한 한 연구「그룹」은 산업 사회에의 완벽하고 균형 잡힌 적응을 위해서는 사람들은 비단 생산자로서만이 아니라 또한 좋은 소비자로서도 교육을 받지 않으면 안 된다고 지적한 바 있었다. 사실 지금까지의 제도적 교육이란 사람을 소비자로서 기르는 면에 있어서는 전혀 무관심했다고 해서 지나침이 없다. 그래서 그 공백을 메운 것이 상업 광고였다. 말하자면 소비자를 위한 교육은 오직 판매자의 입장에서만 그들의 이익에 봉사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일방적으로 이루어 졌다고 할 수 있다.
최근 「전국 주부 교실 중앙회」가 벌이고 있는 『값 오른 돼지고기 안 사먹기 운동』과 「한국 부인회」가 추진하는 『경성 합성 세제 불매 운동 및 법개정 투쟁』에 대해 가히 거국적이라 할 만한 호응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이런 의미에서 획기적인 일이요, 우리는 그들의 시민적인 「이니셔티브」를 높이 사련다. 소비자의 이익 옹호는 소비자 스스로가 도모할 수밖에 없으며 모든 사람이 그러한 소비자임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힘있는 운동이 일어나지 못했음은 그 동안 바로 이러한 대중 운동에 있어서의 「이니셔티브」가 결여했기 때문이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기왕에 좋은 출발을 한 소비자 운동은 좋은 성과를 거두도록 밀고 나가야 되겠다. 그를 위한 좋은 징조도 있다.
박 대통령은 연두 기자 회견에서 물가고와 싸우는 주부들에게 달걀 값을 예로 들어 소비자의 자위책을 종용한 바 있었다. 우리는 그로 해서 소비자 보호 운동에 대한 당국의 협조를 기대하고 있다. 왜냐하면 그러한 협조란 극히 유효하고 고무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관이나 민이나 할 것 없이 모두가 개인의 입장에 돌아가면 소비자라는 점에서는 구별이 없다고 할 수 있다.
소비자 보호 운동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관의 협조만이 아니라 운동의 지속성·전국성이 필요하다. 한 차례의 「캠페인」은 단순한 울분 풀이 이상의 것이 되지 못할 젓이다. 국지적인 운동도 큰 실효를 거두지는 못한다. 소비자 운동은 전국화해야 한다.
부정 상품·부정 거래를 통해서라도 이윤을 추구하려는 끈질긴 상인들의 이기주의에 대해서 소비자 보호 운동이 궁극적인 승리를 거두려면 물론 제도적인 대책이 강구되어야 한다. 외국에서는 상품을 「테스트」하고 부정 제품을 고발하는 잡지를 정기 간행하고 있는 것도 그런 예가 될 것이다.
소비자 보호 운동의 지속화·전국화는 또한 세상의 뭇 남성들이 참여함으로써 비로소 가능한 것이다. 예전에는 남성들이 남·여성을 대표해서 모든 세상일을 초성적으로 대리해 왔다. 그러나 요즈음의 소비자 보호 운동은 여성들이 남·여성을 대표해서 초성적인 입장에서 애를 쓰고 있는 셈이 되고 있다. 남성들의 분발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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