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난 협회」의 천지 이룬 영국|【런던=박중희 특파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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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영국처럼 「무슨무슨 협회」가 많은 나라도 드물다. 나체 족 협회·여우 사냥 결사 반대 협회·영리한 여자들 협회 (회원들이 표독스럽기로 유명하다) 등 도대체 두세 사람의 동지(?)만 모였다하면 협회 간판을 다는 것이다.
따라서 웬만큼 별나 가지고는 얘깃거리 축에도 못 끼는게 이곳의 풍속. 그런데 최근 이와 같은 불문율을 깨고 일약 「스타덤」에 뛰어오른 협회가 있다.
「왼손잡이여, 단결하라」 협회이다. 이들이 영국인의 「별난 협회에 놀라지 않는 극역성」과 싸워 이긴 이유는 다분히 철학적인 냄새까지도 풍기는 「창립 선언문」 때문이다.
「선언문」에 따르면 세계사는 사실상 오른손잡이라는 병신과 위대한 왼손잡이들의 계급 투쟁이다.
「레오나르도·다·빈치」나 「마크·트웨인」, 현대의 영웅인 「폴·마카트니」 (「비틀즈」의 일원) 등이 증명하듯이 『인구의 10% 밖에 안 되는 위대한 왼손잡이』들은 실로 혁혁한 공훈을 세워왔다. 그러나 오른손잡이들은 이들이 세계를 지배하는 것에 극도의 공포감을 갖게 되었으며 마침내 무자비한 탄압을 가해 왔다고 한다.
부모는 천부의 왼손잡이를 윽박 질러서 억지로 「병신」을 만들고, 가위며 자봉틀도 모조「병신」용만 생산한다.
선언문은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옥스퍼드」 사전에 대해서도 『오른손잡이 독재 체제의 동조자』라고 노기 등등하다. 이 사전의 「왼손」항목 풀이에 『흉악 무도하다』『쓸모 없다는』 등 천인공로할 말이 들어 있기 때문.
어쨌든 세계사를 오로지 손에 따라서 해석하는 「유수사관」에 대해서는 「히틀러」의 V-2 「로키트」가 날아와도 끄떡 않던 「런던」 사람들까지도 적이 놀랍다는 표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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