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앞바다에서 여객선 침몰|18명 사망·43명 실종 48명 구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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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진도=김창태·이창성·고병선기자】25일 하오 2시30분쯤 전남 진도군 지산면 세포리 앞 5백m 해상에서 목포를떠나 진도군 조도면 서거차도로 향하던 목포해운소속 여객선 한성호(68·26t·선장 김용호·40)가 풍랑이 심한 데다 경험 없는 갑판원이 조타하다가 삼각풍랑에 휩싸여 전복, 침몰되면서 타고있던 1백9명 가운데 18명이 사망하고 43명이 실종, 48명이 구조됐다. 이 배는 이날 상오9시 정원 86명보다 50여명이나 더 많은 1백36명을 태우고 목포를 출발, 이 일대 18개 섬을 기항하면서 이날 하오8시쯤 서거차도에 닿을 예정이었다. 사고직후 도 당국은 진도군에 사고대책본부(본부장 황인길 진도군수)를 설치, 구조작업을 벌이고있다. 경찰은 한성호 선주 박복춘(44·목포시 산정동 109의34) 김우찬씨(40)와 선장 김용호씨를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했다.
경찰은 한성호가 목포를 떠날 때 승선자 명부에는 66명이 탄 것으로 기재해 놓고 1백17장의 표를 판 사실을 밝혀내고 승선장 임검에 나섰던 목포해운국 임검계고원 윤정성(37) 임시고용원 조동희(35) 임시수로기원보 조송길씨(30) 등을 직무유기 등 혐의로 입건했다.

<사고경위>
한성호는 이날 하오 2시10분쯤 진도군 지산면 가학리를 출발, 당도기항지인 진도군 임진면 팽목리로 향하던 길이었다.
배가 부두를 출발할 때는 밀물이 시작된지 1시간쯤 지나 밀물이 세게 밀어닥치는데다가 초속 12m의 북서풍이 불고 높이 4∼5m의 삼각파도가 심하게 치고 있었다.
한성호는 뱃머리를 서쪽으로 돌리고 4「노트」속력으로 밀물과 마주 나가다가 만을 벗어나 항로방향인 남쪽으로 방향을 바꾸려고 하는 순간 높이 5m의 삼각파도가 선체 오른편을 강타, 배가 왼쪽으로 기우뚱했다.
이때 「키」는 선장 김도호씨 대신 갑판원 장안순씨(27·사망)가 잡고 있다가 균형을 잃지 않으려고 「키」를 왼쪽으로 급히 꺾었다.
이리하여 선실에 꽉차 있던 1백여명의 승객들이 윈쪽으로 쏠리고 갑판 위에 쌓아놓았던 「슬f레이트」 91장과 목재 70여개가 한꺼번에 왼쪽으로 와르르 무너졌다.
이 순간 두번째 삼각파도가 미처 균형을 잡지 못한 선체를 다시 후려침으로써 배는 윈쪽으로 90도 각도로 넘어지고 선실에 바닷물이 밀려들면서 시동이 꺼지고 배 꼬리 부분부터 물속에 잠기기 시작했다.
배가 기울어지자 갑판 위에 있던 20여명의 승객들은 바다로 내동댕이쳐지고 선실에 앉아 있던 선원들이 『사람 살려』하고 아우성치며 바다로 뛰어들었다.
바다로 뛰어든 승객들은 갑판 위에서 떨어진 목재를 껴안고 파도에 밀려 대부분 해안 쪽으로 밀려갔으나 세찬 바람이 높이 10여m의 가파른 절벽 쪽으로 불어 승객들이 해안에 기어오르지 못하고 그대로 익사했다.

<선장이 헤엄쳐 신고>

<신고>
배가 침몰되자 조타실에 앉아있다 물에 뛰어내려 판자를 잡고 제일먼저 해안으로 헤엄쳐 온 선장 김씨가 바닷가에서 약 1·5㎞쯤 떨어진 경찰 128「레이다」기지로 달려가 근무중이던 전투경찰대 이상균이경(23)에게 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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