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남휴전…세계의 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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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워싱턴>
【김영희 특파원】「닉슨」의 TV연설이 끝난 후 미국인들이 보여준 첫 반응은 환호와 안도였다.
「뉴요크」에서는 수천 명의 시민들이 거리를 뛰쳐나와 덩실덩실 춤을 추었으며「키스」와 포옹을 나누는 등 2차 대전 종전「뉴스」때를 방불케 했다.
지난 64년 8월 미군조종사로서는 첫 번째로 월맹의 포로가 된 한 군인의 어머니「솔리래드·알바레스」여사는『드디어「맥나마라」의 기나긴 동굴에 서광이 비쳤다.』그 환호성을 올렸다.
그러나 연실 직후의 환희는 이상할 정도로 빨리 식어서 미국인들조차 고개를 갸웃거릴 정도이다. 신문의「톱」은 모두 월남휴전으로 장식되었으나 시민들의 화제는「포먼」과「프레이저」의 시합에 대한 촌평이라든가, 영화얘기가 주류를 이룬 것이다.
한편 반 전파와 일부 지식인들은 협정의 내용이「언제든지 분쟁을 재발할 수 있도록」허술하게 작성되었다는 점을 비난했다.

<사이공>
【신상갑 특파원】「티우」대통령은 전국방송연설에서『휴전이 영속적인 평화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하고 국민들의 자제를 촉구했다.
그러나「티우」는 이번「파리」협정이 완전무결한 것은 아니지만 현재의 여건 하에서는 월남정부의 의사를 최대한으로 반영시킨 것으로 자위하고 있는 듯하다.
이와 함께 월남정부는 휴전후의 사태에 대해 깊은 불안과 우려를 표명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사이공」시민들은 이렇다할 감격과 흥분의 분위기가 없이 오히려 무관심과 우려가 엇갈린 표정이 엿보였다.
한 친정부 정치인은『전쟁은 미국인들에게나 끝난 것이지 우리에게는 계속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휴전발표와 더불어 경찰은 각 가정을 방문, 월남 기를 내걸라고 명령하여「사이공」시내에는 월남기의 물결로 뒤덮였다.

<파리>
【주섭일 특파원】「프랑스」정부는 24일「닉슨」발표직후 각 의를 열고 환영성명서를 내었다.
「모리스·슈만」외상은 이 성명서에서「프랑스」가 전후복구사업에 참여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파리」의 주요일간지들은 모두 타결소식을 1면「톱」으로 뽑았으며 국영「라디오」·TV도 정규「프로」를 중단하고 이 소식을 전했다.
특히「프랑스·솨르」지는 1면 전단제목으로「드디어」라는 한마디만을 달아 화제를 모았다.
좀 체로 흥분하지 않는 것으로 정평 있는「르·몽드」지도 이날만은 전연 예외여서 1면 거의 전부를 할애했을 뿐 아니라 사장「자크·포베」가「시험대」라는 제목으로 사설을 쓰고 편집국장「풍텐」씨가「강요된 협정」이라는 장문의 논평을 기고했으며 그밖에 10「페이지」에 걸쳐 상세한 월남전 과정을 실었다.
한편「파리 장」들은 자기네 고장에서 세계평화의 진일보가 이뤄졌다는데 커다란 기쁨을 느끼는 표정이다.

<기타>
▲하노이=길거리의「스피커」밑에서 휴전발표를 듣는「하노이」시민들의 표정은 한결같이 기쁨에 가득 차 있었다.
「하노이」시에서 이와 같은 분위기를 보기는 54년「프랑스」군 철수가 발표되었던 이래 처음이다. 「라디오」방송은 5분마다 휴전소식을 전했다.
▲「모스크바」=「타스」통신은「닉슨」발표 3시간 후 월맹외무성의「코뮤니케」를 아무 논평 없이 보도했다.
▲북경 = 신화사통신은 휴전발표 후 4시간만에 역시 월맹외무성「코뮤니케」를 인용 보도했다. 외교부는 종전협정이 극동을 포함한「아시아」의 긴장완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환영성명서를 발표했다.
▲동경=외무성은 성명을 통해「아시아」의 긴장완화와 안정에 큰 기여가 될 것이라고 환영의 뜻을 표했다. 한편「다나까」수상은「포스트·베트남」시대의 일본의 역할을 강조, 전후복구사업에 적극 참여할 것임을 암시했다.
▲런던=외무성 대변인은「닉슨」연설직후 성명을 발표, 전폭적인 환영의 뜻을 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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