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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폭탄' 공무원연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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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금연구센터장

“개혁 강도가 너무 약하다. 5년도 못 가서 문제가 발생할 것 같다. 연금 밥 먹고 사는 사람의 솔직한 평가다.”

 지난 2008년 12월 국회 공무원연금 공청회에서 필자가 진술인 자격으로 발언한 내용이다. 전문가 중심의 위원회가 건의했던 개혁안에 비해 연금은 35% 더 지급(신규 공무원 기준)하고, 보험료는 17% 덜 걷는(재직자 기준) 정부 개혁안에 대한 평가였다. 그리고 5년이 지났다. 이명박정부 공무원연금 적자 보전액이 7조7000억원, 박근혜정부에서는 15조원으로 예상된다. 2020년대 초엔 연간 적자 보전액만 8조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시간이 갈수록 보전액이 더 많아진다는 게 문제다.

 개혁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 형성의 효과적인 방법은 외국 사례를 살피는 것이다. 우리 공무원연금보다 20% 덜 받는 핀란드 공무원연금의 현재 부담수준은 우리의 두 배다. 이런 상황에서도 핀란드는 2017년의 연금개혁을 정치권이 합의했다. 현행 제도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게 이유다. 이미 두 차례 개혁을 했고, 보험료를 많이 낸다는 공무원사회의 볼멘소리에도 우리 공무원연금의 개혁이 불가피한 이유다.

 지난해 기준 특수직역연금의 지급보장부채가 457조원을 넘어섰다. 작년 한 해에만 10조원이 넘는 공무원연금 지급보장 부채가 쌓였다. 이 상태로 10년이 지나면 공무원연금 부채 순증액만 100조원이 넘어간다. 그 비싸다는 차세대 스텔스 전투기 400대 이상을 살 수 있는 액수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35%로 알려진 한국 국가부채가 공무원연금 등의 지급보장을 포함하면 GDP 70%를 넘는다. 매년 정부예산의 3%가 넘는 금액이 공무원연금 지급보장 부채로 쌓여간다. 사학연금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공무원연금이 국민연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것도 문제다. 두 차례 개혁으로 연금액 43%가 깎였음에도 인구 고령화로 인한 국민연금의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 현행 공무원연금을 유지하는 한 국민연금 개혁을 위한 국민 설득이 불가능하다. 제도 도입 20년 만에 연금액 43%를 깎은 국민연금에 비해 53년 역사의 공무원연금은 개혁 노력이 너무 약해서다.

 219만원과 80만원,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의 평균 연금액 비교다. 그것도 국민연금은 20년 이상 가입자의 평균 연금액이다. 전체 국민연금 수급자의 평균액은 월 31만원이다. 소득재분배 기능이 있는 국민연금의 소득 상한은 월 398만원이다. 반면에 100% 자기 소득에 비례해서 연금을 받는 공무원연금의 소득 상한은 783만원이다. 퇴직금을 고려하면 공무원연금의 수익비가 낮다는 주장도 현실과 다르다. 1990년대 초 도입된 공무원 퇴직수당은 공무원 대부분이 받을 수 있지만 일반 경제활동인구 중 퇴직금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의 비율은 절반에 불과하다. 퇴직금을 받는 국민연금 가입자 상당수는 소득재분배 기능으로 인해 연금액이 급격하게 하락한다. 국민연금 성숙단계(2050년)에서조차 월 400만원을 받는 국민연금 가입자(평균 가입기간 25년)의 실제 소득대체율은 20%가 채 안 된다.

 복지지출이 급증함에도 상당수 국민은 복지 혜택을 피부로 느끼지 못한다. 소득양극화로 날로 피폐해가는 취약계층을 껴안으며 취약계층에게 더 많은 복지 혜택을 주기 위해서라도 공무원연금 개혁은 불가피하고 시급하다. 2007년 1월 공표됐던 전문가 중심의 ‘공무원연금발전위원회’ 개혁안 대신 공무원연금 이해관계자 중심의 2기 위원회 안이 지금의 공무원연금이다. 이해관계자 주도 연금개혁의 한계를 입증한 셈이다. 공무원연금, 국민연금 모두가 시한폭탄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공무원연금 이해당사자를 배제한 객관적인 기구를 통한 연금개혁 논의가 필요하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금연구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