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조직법의 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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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는 행정능률의 극대화를 위해 정부조직법의 대폭적인 개정과 일부 부·처의 직제개선을 12일 비상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
그 특징은 정부 각기관 사이의 역학적 균형관계에 개의치 않고 순전히 행정능률 향상과 실무상의 변리를 최대한 보장하는 것을 주안점으로 삼고 있는 점이다.
각부처내 실·국이하 행정조직의 신설이나 폐합을 대통령령에 맡긴 점, 정부위원의 범위를 종래의 차관급에서 국장까지로 넓혀, 이들에게 장·차관과 함깨 국회출석증언권을 줌으로써 장관의 국회출석으로 인한 통상행정의 공백을 회피할 수 있게 한 점등은 그 두드러진 실예라 할 수 있다
정부가 이번 정조법개정으로 오늘날 날로 전문화해가는 행정수요에 알맞게 행정조직을 조정한 것은 어려운 단안을 내린 것이라 하겠다. 또 한편 이같은 정조법개정은 유신무법의 시행에따라 불가피한 것이기도하다.
오늘날 행정이 다루어야할 일들은 더욱 전문화·다양화해가고 있어 그것을 관장하는 행정조직도 세분화·다기화하는 것이 세계적인 경향이라 할 수 있다. 그런만큼 국 단위이하의 행정조직의 개폐와 중앙행정기관인 위원회의 신설을 대통령의 재량에 맡겨 그 경직성을 완화하는 한편 합의제를 장려하도록 한것등은 그 당연한 귀결이다.
그러나 반면, 행정조직의 경직성을 완화하여 행정운영의 탄력성을 살린다해서 그 대가로 안정성을 어느 정도까지 희생할 수 있겠는가의 문제와 또 지금까지의 정부조직운영에서 나타난 단점이나 문제점들을 어느만큼 보완했느냐하는데 대해서는 아직도 약간의 회의가 있다.
더 말할 나위도 없이 행정운영의 경직성 문제는 조직자체보다도 그제도를 어떻게 탄력성있게 움직이는가 하는 운영의 묘에 관련되는 것으로서 앞으로의 새정조법운영에 있어서도 이점 각별한 관심을 갖지않을 수 없다.
또 비슷한 성격을 가진 행정기구의 중복에서 오는 문제나 실·국 이하의 신설에 대한 각 부처간의 선의의 경쟁, 이해관계에서 오는 줄다리기와 같은 현상을 어떻게 자제시키겠는가 하는것도 앞으로의 큰 문젯점의 하나다.
최근 10수년간 정부는 여러단계의 행정간소화작업을 통해 상당한 효과를 거둔것이 사실이지만 아직도 개선·간소화할 여지는 많았던것인데 그처럼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가장큰 이유의 하나는 비슷한 성격의 기구가 중복된데 있다.
이점 정조법개정의 본래 정신을 충분히 살려 그 운영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될것이다.
끝으로 강조해야할 것은 권력의 중앙집권화 현상이 심한 현재의 행정조직운영에서 각부처의 독주를 피하면서도 서로 긴밀한 협동관계를 유지하는 방안이 무엇이냐 하는 점이다. 개정정조법에서 보강된 행정조정실이 이 강력하고 원만한 조정기능을 다 해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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