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년 세계 경제와 인플레 추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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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주요 선진국 경제가 새로운 「인플레」 경향의 현저한 양상을 띄고 있어 73년도의 세계경제는 인플레가 지배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 수년동안 세계경제는 빈번한 평가조정을 불가피하게 거듭해 왔던 것이나 끝내 새 질서를 발견하지 못한 채 불안한 소강상태를 유지하면서 상황타개에 급급했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각국은 국내적으로 완전고용정책을 추구하는 반면, 국제적으로는 그 나름대로의 국제수지 균형을 위한 시책을 펴 나왔으나 그 대세는 보호주의적인 색채의 강화로 나타났고, 이는 국내 정책의 완전고용 추구와 상승작용을 해서 인플레 압력의 가중으로 표출된 것이라 하겠다.
미국 영국 일본, 그리고 EC제국은 이제 현저한 「인플레」 단계에 접어들고 있어 이미 지난 10월부터 단계적인 재할 금리 인상조치를 취하고 있거나 바야흐로 이를 실행할 단계에 있다.
한편 72년도에는 세계적 규모의 대 흉작으로 곡물가격을 폭등시키고 있다. 소련은 세계 소맥 시장 가격의 60% 상승을 유발시킨 대량 유입이 불가피 할 만큼 대 흉작을 기록했고, 중공조차 소맥 유입을 대폭 늘리고 있다. 또 동남아 일대의 미작지대에서도 예외 없이 흉작이 휩쓸어 주요 미곡 수출국의 출고여지도 그다지 넉넉지 못하다.
마찬가지로 소맥 수출의 주축국이라 할 미국·「캐나다」·호주 등지에서도 정도의 차는 있지만, 흉작을 벗어나지 못했으며, 이들의 대소 및 대중공 수출로 보유재고가 부족한 형편에 있다.
또 그 동안 중동 석유 산출국들은 해마다 석유가격을 인상한다는 방침을 관철함으로써 작금의 대폭적인 가격인상에 이어 다시 해마다 소정의 가격인상을 단행할 수 있게 되었다.
세계 식량가격의 이례적인 상승과 기초 「에너지」 가격의 획기적인 인상은 국제적 규모에 있어서의 「인플레」를 유발시기는 데 가장 커다란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 위에 국제통화 파동으로 제기된 평가조정으로 가격상승 작용이 거듭 되었던 것도 주지된 사실이다. 또 무역국제 질서가 가격인하 효과를 내포한 자유무역과 관세 인하의 방향에서보다는 무역제한과 국경세 및 수출세라는 가격 인상적인 방향으로 움직였던 것도 세계적인 「인플레」를 유발시킨 한 요인이다.
오늘의 세계경제가 이처럼 불안정한 통화질서 속에 근본적인 「인플레」 압력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 그 귀결하는 바는 더욱 폭이 큰 통화파동과 불안정성일 것이라는데 의문의 여지가 없다. 따라서 우리는 앞으로 어떠한 통화 파동과 무역질서의 교란이 야기 될 것인지를 이 방면에서 주의 깊게 관찰하고 이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해야겠음을 특히 강조하고자 한다.
우리의 무역 의존도는 48%선에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앞으로는 더욱 수출 「드라이브」에 의존해야 할 입장에 있다. 따라서 시일이 경과할수록 우리는 국제적인 변동요인에 의존하는 경제가 될 수밖에 없다 하겠는데 오늘의 세계 경제 동향은 도리어 우리의 소망하는 상황에서 벗어나고 있는 것임을 직시해야 한다.
국내공업의 수입 의존률이 높은 산업구조하에서 세계경제를 휩쓸게 될 「인플레」 경향을 어떻게 소화시킬 것이며, 수출 「드라이브」 정책과 고도성장을 위한 외자도입 정책을 어떻게 추진할 것인지 당국은 면밀한 연구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
항상 여유있는 정책을 집행함으로써 어떠한 불측의 교란 요인이 제기되어도 이를 충분히 완충시킬 능력을 보유 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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