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주택 예정지 인센티브 줘 주민 설득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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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행복주택 규모 축소를 검토 중인 서울 가좌지구. [사진 LH]

행복주택 공급 물량이 당초 20만 가구에서 14만 가구로 확 줄었다. 정부의 핵심 주거복지 정책이 후퇴하면서 여론도 둘로 갈라지고 있다. 지역 주민들은 반대하고, 주거복지연대 등 50여 개 시민단체들은 여의도 새누리당사 앞에서 집회를 여는 등 행복주택 건립을 촉구하고 나섰다.

 전문가들은 “주거복지 차원에서 행복주택은 꼭 필요한 정책”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정부의 정책 집행 방식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본지는 김현수(도시계획·부동산학부) 단국대 교수, 박환용(도시계획학과) 가천대 교수, 이용근 경기도시공사 주거복지본부장, 최찬환(건축학부) 서울시립대 명예교수 등 4명의 전문가에게 행복주택의 과제와 성공 조건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행복주택 대상 부지를 확대(보금자리주택 특별법 개정안)키로 했지만, 정작 행복주택 공급 물량은 줄었다.

 ▶박환용 교수(이하 박)=행복주택은 지금까지 학계나 주택 전문가, 시민단체 등이 줄기차게 지적한 공공임대의 문제점을 개선한 주택이다. 주민 반대나 지자체 재정 문제 등 어려움이 많지만 공급물량을 다소 줄이더라도 주거복지 차원에서 반드시 공급돼야 한다.

 ▶이용근 본부장(이하 이)=철도 상부에 집을 짓는 일은 외국에서도 시범사업밖에 없을 정도로 제한적인 일이다. 행복주택의 취지에만 맞다면 토지의 성격에 국한하지 말고 공급해야 한다. 현실적 여건과 지역 여론 등을 고려해 합리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최찬환 교수(이하 최)=공급 물량은 합리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부분이다. 지금이라도 합리적인 이유를 들어 국민을 설득하고 이해를 구하면 된다. 대상지를 확대한 건 잘한 일이다. 애초에 대상지를 못 박지 말았어야 했다.

 -주민 반대가 심하다.

 ▶김현수 교수(이하 김)=행복주택 예정지 주민을 위한 공원이나 체육시설, 도로 등을 지원하는 방법을 고려할 만하다. 지자체에도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 행복주택이 혐오시설은 아니지만 이 같은 보상책을 통해서라도 주민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

 ▶이=지역 주민의 입장도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예컨대 지역 내 생계형 임대사업자만 해도 강력한 경쟁자가 생기는 것 아닌가. 임대사업자에겐 세제 완화 혜택을 주는 등 이 같은 문제를 보완할 수 있는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 해당 지역에 필요한 시설이나 기능을 보충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최=행복주택에 대한 인식의 문제인 것 같다. 행복주택은 분명 기존의 영구임대주택과는 다르지만 영구임대에 대한 사회적 편견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부터 살펴봐야 한다. 이 부분에 대한 근원적인 처방과 행복주택은 영구임대와는 다르다는 점을 확실히 한다면 민원이나 반발이 지금과 같지는 않을 것이다.

 -행복주택을 꼭 주민 반대가 심한 도심에 지어야 하나.

 ▶김=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현실적으로 도심의 경우 땅값이 비싸 공급에 한계가 있다. 행복주택의 3대 조건(가격·접근성·청년수혜)을 만족한다면 어디든 공급을 고려해야 한다. 수도권 신도시나 산업단지·공공시설용지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 이들 지역은 특히 조기 공급이 가능해 정책 효과가 클 것으로 보인다.

 ▶박=도심 내에도 방치된 국공유지가 적지 않은데 가급적 이들 땅을 활용하는 게 정책 취지에도 맞다. 도심의 공공기관 이전 부지 등도 적극 활용해야 한다. 그래야 지역 사회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도심이든 시 외곽이든 직주근접이 가능하고 주변에 편의·편익시설이 있다면 괜찮다고 본다.

 ▶최=일반적으로 임대주택의 입지는 도시기반시설을 활용할 수 있고 교통여건이 좋아야 한다. 그러나 상황이나 취향에 따라 변화는 필요하다. 입지가 갖는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다면 다양한 삶의 방식을 갖는 많은 사람이 좀 더 보편적인 주거복지의 수혜자가 될 것이다.

 -주민 설득 외에 행복주택이 성공하려면.

 ▶김=2~3인 가구를 대상으로 하는 행복주택이나 다문화가정을 대상으로 하는 행복주택 등 다양한 수용 가구의 유형별 행복주택을 공급하는 게 옳다고 본다.

 ▶박=소외계층 주거 문제에 대한 1차 관심 주체는 지자체여야 한다. 그래야 현장에 맞게 (정책을) 개선할 수 있다. 지자체 차원에서의 공공임대주택 수급계획 수립을 기대한다.

 ▶이=행복주택은 지자체가 적극 나서야 해결할 수 있는 부문이 많다. 지자체장에게 자신의 업적이 될 수 있도록 지자체가 추진 중인 정책과 연계할 수 있는 고리를 만들어 줘야 한다. 행복주택 자체를 지자체 정책의 지원 정책쯤으로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최=맞춤형 임대주택은 입주 대상과 입지·규모 등 그야말로 기성품이 아닌 맞춤형이 돼야 한다. 그러려면 대규모·집단화는 가급적 피하고 실행 계획이 보다 정교해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주민 설득과 함께 이 작업을 해야 한다.

황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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