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식량난|아주의 쌀 동구·호주의 밀 흉작의 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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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소련, 백년 내의 대흉>
소련의 l백년 내 최악의 흉작과 「아시아」지역의 쌀 흉작이 겹쳐 세계의 식량사정은 올해 들어 갑자기 악화되고 있다. 특히 「아시아」는 녹색혁명의 성공적인 진척으로 멀지않아 식량난이 무난히 타개될 것이라는 관계 전문가들의 예견을 뒤엎고 현재 심각한 쌀 기근 현상을 빚고 있다.
아시아 제1의 쌀 수출국인 태국은 지금까지 연간 약1백50만t을 수출해 왔으나 올해는 흉작 때문에 연말까지 쌀 수출을 제한키로 했다는 소식이며 「인도네시아」에서는 지난 68년에 이어 다시 대흉 작을 기록, 식량위기의 일보직전에 이르고 있다.
이렇듯 「인도네시아」의 쌀 기근현상은 「아시아」에서 가장 심각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인도네시아」의 올해 쌀 생산량은 1천2백만t선으로 목표에 비해 1백40만t. 그리고 작년수확량보다는 1백만t이나 각각 감수됐다. 아시아 지역의 쌀 흉작은 홍수와 가뭄 등 기상이상의 대 재난 때문
「필리핀」(작년도 쌀 생산량 3백80만t)은 태풍과 홍수로, 「말레이지아」(70년 생산량 1백4만t), 크메르(1백90만t), 태국(1천만t), 「버마」(5백80만t) 등은 심한 가뭄 때문에 올해 쌀 생산량은 평년작에 훨씬 미달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아시아」지역에서 쌀 흉작을 면한 나라는 일본(올해 생산량 1천1백만t과 겨우 평년작을 유지한 한국뿐이다.
그러나 우리 나라의 쌀 사정도 결코 낙관할 것은 못된다.
평년작으로는 수요를 도저히 충족시킬 수 없으며 따라서 아직 새해의 쌀 수급계획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적어도 수10만t의 쌀 수입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그 동안 우리 나라는 미·일 등에서 71년에 1백10t, 올해에는 80만t의 쌀을 수입해 왔는데 내년에는 세계적인 식량난을 고려, 충분한 쌀 수입이 극히 어려울 전망이다.

<한국·일본은 평년작>
따라서 정부는 새해에는 국민의 쌀 소비절약을 더욱 강요, 무미 일을 주2회(수·토요일)에서 주5회로 대폭 늘리는 비상조치까지 취했다. 이렇듯 쌀을 주식으로 하는 아시아 제국이 대부분 쌀 흉작을 기록함으로써 쌀값은 각국별로 폭등추세를 보이고있으며 국제 쌀 시세도 최근에는 t당 FOB기준 2백 불을 넘어섰는데 이는 작년 이맘때에 비해 33%이상 오른 것.
한편 「아시아」의 쌀 기근현상은 세계의 유수한 쌀 수출국인 미국이 현재 수출할 수 있는 쌀을 조금밖에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쉽게 해결될 것 같지는 않다.
미국은 이미 금년에 31만9천5백t의 쌀을 「인도네시아」에 팔기로 약속한바 있는데 재고 부족으로 「아시아」의 식량난 해결에 별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것이 워싱턴 당국의 견해다.
또 일본은 20만t을 이미 「인도네시아」에 수출했고 추가로 20만t을 수출할 계획이지만 그동안의 계획생산으로 신곡수출은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시아」의 쌀 흉작과 함께 동구·호주 등에서도 농작물 흉작을 기록, 국제소맥시세는 지난 7월까지의 t당 60불 선에서 최근에는1백5불 선까지 약80%나 올랐다.
특히 소련의 대 흉작은 농작물수확량이 목표 1억9천만t보다 2천2백만f이나 미달했다고 지난21일 공식 발표했는데 올해 곡물 수입실적은 6천만t에 달했다.
곡물 중 소맥수입량은 1천9백만t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이는 미국에서 1천1백만t, 그리고 나머지 8백만t은 「캐나다」·호주·「아르헨티나」 등에서 수입했다. 소련과 함께 중공도 올해 들어 갑자기 소맥 수입을 서두름으로써 국제소맥시세 앙등을 부채질했다.

<국제소맥 값 80%올라>
중공이 사간 소맥은 「캐나다」에서 3백만t, 미국서 50만t, 그리고 기타 제국에서 약1백만t, 도합 4백50만t에 달했다.
이 같은 소·중공의 소맥수입격증과는 반대로 세계적 소맥 수출국인 호주의 올해 소맥생산량은 5백60만t으로 작년의 8백68만t에 비해 거의 40%나 감수됐는데 이 때문에 호주정부는 올해 소맥수출량을 작년의8백50만f에서 4백만t으로 반감시켰다.
한편 미국은 올 소맥생산량이 작년의 4천4백60만t에 비해 2백만t이나 감수됐는데도 불구하고 수출은 작년보다 1천3백만t이 많은 약3천만t을 기록했기 때문에 재고 부족에 직면하고 있다. 쌀·밀의 세계적인 흉작에 따라 내년 5월의 수확기까지 세계의 식량 사정은 유례없이 위협받을 것은 명백하다. <김두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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