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한국의 부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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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8개 종목에 63명의 소수정예 선수단이라 하던 우리는 은메달의 오승립(유도·미들급)과 여자배구 4위, 남자배구 7위, 역도 라이트급의 원신희 7위(총계 한국 타이 기록)를 제외하고는 너무도 내용 없이 세계의 벽에 부딪쳤다.
육상 여자 투포환의 백옥자, 남자 높이뛰기의 박상수, 남자 수영의 조오련은 예선 탈락이었고 사격의 5선수는 모두가 32위에서 60위까지의 하위.
유도의 오승립을 제외한 나머지 3선수와 복싱의 6명, 레슬링의 4명도 1, 2회전이나 준준결승에서 모두 나가 떨어졌다. 특히 로마 때를 제외하고 역대 올림픽에서 최소한 준결승전까지 진출했던 복싱의 패배는 더욱 컸다.
한국이 8·15광복 이후 세계 올림픽에 출전하기는 지난 8월의 뮌헨 대회가 7번째가 된다.
1936년에 손기정 선수가 베를린 대회에 출전, 마라톤에서 우승했지만 그 때는 일제 때니까 덮어두자.
48년 런던대회부터 태극기를 앞세우고 출전했던 한국은 60년의 로마대회에만 메달 없는 참패였지 28년의 멕시코 대회까지 언제나 은 및 동메달은 1, 2개일 망정 꼭 땄었다.
48년의 런던대회 때는 복싱·역도에서 동 1개씩, 52년 헬싱키대회에도 복싱·역도에서 동 1개씩이었다.
이어 56년 맬버른 대회 때는 복싱에서 은 1개, 역도에서 동 1개였고 64년의 도오꾜 대회 때는 복싱 레슬링에서 은 1개씩, 유도에서 은 1개, 68년의 멕시코 때는 복싱에서 은·동 1개씩이었다.
이 메달 획득 수를 통해 보면 우리 나라는 세계 각국의 경제적 부흥에 따른 스포츠 발전과는 관계없이 복싱·역도·레슬링 등에서 줄곧 메달을 땄다가 60년 로마에서만 걸렀을 뿐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올해의 뮌헨 대회서는 금메달이 나오느냐 하는 것이 관심의 초점이었다. 결과는 일본과 더불어 우리가 강하다는 유도에서 오승립 선수가 획득한 은메달 1개 뿐.
은메달의 명맥은 유지했으니 외형적으로는 체면을 세웠다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68년의 멕시코 대회처럼 유도 종목이 없었다면 분명히 노·메달이다.
우리의 메달·복스라 했던 복싱·역도·레슬링 등 체급 경기는 정녕 우리와는 멀어진 것이다.
이 때문에 배구종목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뮌헨 대회는 우리의 참패로 기록되고 있다.
스포츠에서의 참패나 승리는 과거의 기록 말고도 비슷한 여건을 가진 상대와 비교해서 말할 수 있다. 올림픽 출전이 처음인 북한. 물론 스테이트·아마의 대표적인 국가이고 선수단도 우리보다 많았지만 그들은 금1·은1·동3개로 단연 우리보다 앞섰다.
그런가 하면 세계 속의 한국보다는 남북 대결을 위해 출전했던 2월의 일본 삽보로 동계 올림픽 때도 우리는 패배의 고배를 마셨다.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4종목에서 대결한 우리는 500m에서 일본의 탁인숙만을 이겼을 뿐 4종목을 기록과 순위에서 대단치도 않은 북한에 선패했다. 그것도 국내기록을 하나도 내지 못한 채.
세계 무대에서는 지더라도 그 내용이 문제 될 수 있다. 선전을 했거나 한국 신기록을 내고도 질 때는 세계수준의 급진전으로 인한 역부족이기 때문에 애석할 수도 있다 하겠다. 언제나 되풀이되는 얘기이지만 복싱·역도·레슬링 등의 체급 경기와 체조·다이빙·사격 등 동양인들이 할 수 있는 종목을 중점 개발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며 과학적인 지도·신인 발굴·시설의 강화 등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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