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상의 흑백…난투 15시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펄하버(미 하와이주)23일UPI동양】지난 10월 「필리핀」에 기항 중 백인과 흑인수병 약1백명 사이에 15시간 이상이나 계속된 함상 난투극을 벌여 46명의 부상자를 낳게 함으로써 태평양해역 미 해군함정에서의 첫 인종유혈 충돌을 일으켰던 미 해군항공모함 「키티호크」호가 23일 미「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기지를 향해 「펄하버」를 떠났다.
월남해역 취역을 마치고 귀항하는 도중 잠시 이곳에 기항한 「키티호크」호의 승무원들에게는 이 사건에 대해 엄격한 함구령이 내려져 있었으며 미 해군당국은 기자들의 취재를 금지했으나 수병들은 함구령에 아랑곳없이 그 경위를 설명해 주었다. 「키티호크」호에서 15시간 이상이나 계속된 흑백수병들 사이의 난투극은 몽둥이를 휘두르는 해병들이 진압했으며 수병들은 『무엇이든 손에 잡히는 대로』이를 무기로 사용 서로 후려쳤다고 수병들은 말했다.
한 수병은 함장이 필요하다면 발포하라고 명령하는 것을 들었다면서 문자 그대로 아비규환의 처참한 싸움이었다고 회상했다.
싸움은 술 취한 한 백인수병이 「필리핀」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흑인수병들을 떠민 데서 발단했는데 다음날 밤 백인수병들이 태권도 선수를 매수, 흑인수병들을 때려 누였던 것이다.
때마침 「키티호크」호에 월남해역으로의 회항명령이 내리자 긴장은 더욱 고조됐으며 수병식당에서 배식 문제로 흑백수병간에 말썽이 나자 싸움은 전면적으로 확대되어 밤을 새워가며 다음날까지 계속했다고 수병들은 밝혔다.
흑인수병들은 함실을 마구 부수고 백인수병들을 때려 누이기 시작했으며 자기 친구들이 녹초가 되도록 얻어맞았다고 한 백인수병은 말했다. 대부분의 흑백수병들은 귀국의 기쁨으로 긴장이 완화됐으나 난투는 재발할 수 있다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