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문제 합의 본 남북적 회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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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남북적십자 대표들은 22일 상·하오에 걸친 제4차 본 회담과 야간의 실무자회담 끝에 남북적십자공동위원회와 남북적십자 판문점 공동사업소를 설치하기로 합의를 보았다.
그 동안 서울과 평양간을 서로 왕래하면서 4차나 본 회의를 열었으나 실질적인 문제에 구체성을 띤 합의조치가 이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니 만큼, 남북적십자회담의 궁극적 목표로의 하나의 전진이라 할 수 있다.
사실이지 온 국민의 여망을 안고 출범했던 남북적십자 회담은 제3차 회담까지 주로 의례적인 대화로 상호이해의 분위기 조성에만 주력한 감이 없지 않았던 것인데 이제 구체적인 합의를 보아 실질토의에 들어가게 된 것을 l천만 이산가족들과 더불어 기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남북간의 대화는 제3차 회담과 제4차 회담이래 명백히 정상궤도를 찾았던 것으로 보이며 이에 덧붙여 그 동안에 있었던 남북조절위원회의 구성과 운영에 합의를 본 것이 회담의 보다 「스무드」한 진행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 같다.
특히 우리 적십자사 대표측이 주장한 「주소와 생사확인」에 대한 의제 제①항과 관련된 공동사업기구를 설치하도록 한 것은 실질적인 협의진전의 가능성을 열어 준 것이다. 왜냐하면 남북적십자 회담에서 합의되는 모든 사항의 실천을 위하여서는 남북적십자공동위원회와 남북적십자 판문점공동사업소라는 실무기구가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이제 발족되었기 때문이다.
또 이번 회담에서는 남북의 합의사항의 실행을 위해 그밖에도 또 다른 필요한 기구들을 설치하기로 합의하여 운영과 기구구성에 신축성을 둔 것도 잘한 것이다. 남북한에 떨어져 살고 있는 이산가족들의 주소를 확인하고 생사를 확인하는 사업은 남북분단에서 고생하고 있는 동포들에게 가장 시급한 소망이다. 남북적십자회담의 양측대표들에게 무엇보다도 인도주의 정신에 대한 투철한 사명감을 고취하는 소이도 여기에 있거니와 양측 대표들은 대승적인 견지에서 하루빨리 의제 제①항의 실현문제부터 주력해주기 바란다.
동·서 독일은 양독 기본조약의 가조인에 따라 이미 가족의 재결합을 위하여 상호간 방문을 허용하고 있는데 우리도 하루 빨리 가족의 상호방문이 가능하게 될 것을 믿으면서 남북적십자공동위원회와 남북적십자 판문점공동사업소가 하루속히 기능하기를 바랄 뿐이다.
이제 제4차 적십자회담은 끝나고 24일에는 북적 대표단이 평양으로 귀환하게 되었다. 제5차 회담의 일정이 아직도 확정된 것은 아니나, 판문점공동사업소와 적십자 공동위원회가 구성되면 상시적인 회의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앞으로의 남북적십자회담은 판문점 상설연락사무소나 남북 직통전화를 통해 조속히 그 시일을 결정해 줄 것으로 믿는다.
중언하거니와 우리는 남북적십자회담이 이번 제4차 본 회담을 계기로 올라서게 된 본격화의 「페이스」를 지속하기를 기대한다. 그 동안 희미하던 회담의 장래에 대하여 밝은 빛이 비치게 된 것을 환영하면서 그 동안 객지를 왕래하면서 고생한 남북적십자 쌍방 대표단 각위의 노고를 겨레의 이름으로 치하코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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