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독 연인들 27년만에 길튼 결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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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동서독의 기본조약이 체결되기 직전 동독은 갈라져있는 애인·약혼자끼리 결합할 수 있는 길을 터놓았다. 그 첫 조치로 동독에 거주하고 있는 25명의 여성으로 하여금 서독에 있는 애인을 찾아가 결혼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지금까지 동독은 개별적으로 서독에 있는 남자에게 단기간의 여행을 허가, 만나도록 해왔다.
동서독간에 떨어져 살며 사랑이 움튼 동기는 가지각색이다. 어려서 소꿉장난하다 헤어진 사람, 흑해연안에 휴가여행을 갔다 만난 사람, 「바르샤바」에 사업상의 일로 갔다가 만난 사람 등 가지각색이다.
그러나 이들의 사랑은 「분단」이라는 현실 때문에 이루어지지 못했다. 차라리 아주 외국인이었다면 훨씬 쉬웠을 사랑의 결합이 거의 불가능한 것처럼 보였다.
이들이 사랑의 대화를 나누는 방법이란 편지나 전화, 1년 동안에 한 두 번 정도의 짧은 방문허가정도. 정 급하면 주말을 이용하여 「프라하」나 「바르샤바」 등 공산「블록」의 외국으로 관광여행형식을 빌어 출국해 만났다.
이들 연인들은 해외여행 중 만나 사랑을 나누게 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즉 「불가리아」의 흑해연안에서 만난 「루드거·페퍼」라는 화가, 「바르샤바」의 「두루시바」1호 식당에서 의료보조원인 「우다」를 알게된 「둠만」이라는 건축기사 등이 이 경우에 속한다.
동독측에서는 처음부터 동독의 연인들이 서독의 애인을 만나고자 여행허가를 청구할 때 서독의 연인으로 하여금 동독에 와서 만나도록 하라고 거절했다.
그동안 이들은 자기네 사랑을 이루기 위해 갖가지 노력을 기울였다. 서독의 애인은 외무성·내독관계성 등 정부관서와 적십자, 심지어 「가톨릭」주교회의에까지 해결방법을 호소하기도 했다.
동독여성들은 동서독협상당사자인 「에곤·바트」나 「미하엘·콜」수상실 차관에게 직접 호소하기도 했다. 그러나 효과가 없어 모두가 한번쯤은 서독으로의 탈출을 생각해보았다.
즉 「프라하」나 「부다페스트」「베오그라드」 등의 여행을 빙자하여 서독으로 탈출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끝내는 인도적인 방법을 통해 여행허가가 나도록 압력을 가하는 방법을 취하기로 했다. 즉 우선 아기를 갖는 방법을 시도해보았다. 그러나 이런 방법도 효과가 없었다.
동독의 「브레슬라우」의 「귄터·미르치크」씨(36)는 18년 전 서독으로 탈출하여 어려서 소꿉동무로 지내던 여인을 7년 전에야 찾아 그동안 사랑을 나누어 약혼까지 했다. 「미르치크」씨는 신부를 맞을 채비로 가구 등 살림살이까지 전부 마련했으나 동독의 허가가 나지 않아 헛일이었다.
그러나 이제 정식으로 결혼할 수 있게 되자 「미르치크」씨는 한편으로는 매우 기쁨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결혼식이 좀 쓸쓸할 것 같아요. 얼마 전에 어머니가 돌아가셨답니다』고 못내 서운해하고 있다.
한편 여성만의 서독행 허가에 대해 서독에 연인을 둔 동독남성에 대하여는 아직 허가가 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는데 내독관계상 「에곤·프랑케」씨는 『앞으로 동독의 더욱 과대한 조치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슈테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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