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치극의 추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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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아직도 명쾌한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해답은 커녕, 세계의 선량한 시민들을 전율시키는 비행기 납치사건들이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다.
지난 여름엔 세계의 「파일럿」자신들이 파업까지 단행했다. 비행기를 납치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시위다.
그러나 그 속수가책은 누구보다도 「파일럿」 자신들이 더 잘 안다. 승객의 위험을 무릅써도 좋다는 조건은 생각조차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어느 항공회사는 『무저항, 안전비행』을 광고로 내세울 정도이다. 비행도중 납치극이 벌어져도 결코 범인에 대항하지 않고 순순히 응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한편 승객을 안심시키는 길이기도 하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범인들을 끌어들이는 효과도 없지 않다.
특히 미주대륙 동단을 날고 있는 비행기들은 납치범들에겐 가장 좋은 약점을 갖고 있다.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선 「쿠바」까지는 불과 3백70㎞. 따라서 범인들은 주저 없이 권총을 빼들고 「쿠바」의 「아바나」 교외 「호세마르티」공항으로 가자고 위협한다. 비단 미국의 비행기뿐만 아니라, 그 주변 국가의 여객기들도 예외 없이 그런 위험을 안고 있다. 「멕시코」 「콜롬비아」 「에콰도르」「베네쉘라」 등의 비행기들도 빈번히 당해왔다.
「쿠바」의 신문들은 그동안 다행히도 범인들을 영웅적으로 찬양, 대서특필한 일은 별로 없다. 「카스트로」수상도 역시 범인들을 달갑게 여기지 않는다. 때로는 그들에게 사탕수수밭에서 강제노동을 시키는 중형까지도 가하는 일이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카스트로」 주의자를 자처하는 정치적 광신자들이다. 이들이 정치적 망명을 요구할 때 「카스트로」가 그것까지 마다한 일은 없다.
그러나 미국은 물론, 「쿠바」까지도 실은 실속도 없는 그런 정치광상곡엔 두통을 앓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오죽하면 「마이애미」와 「아바나」사이엔 직통전화가 가설되어 납치비행기의 안전한 불시착을 유도할 정도가 되었겠는가.
납치범이 불시착한 나라에서 어떤 대접을 받느냐 하는 문제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만일 범인을 정치적 이사를 초월해서 가차없이 처벌한다면 상황은 아주 달라질 것이다. 은신처를 제공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그 범인들을 상대국에 송환해 버린다면 문제해결의 전망은 더욱 밝다. 또 납치범을 받아들인 나라에 대해서 국제적으로 어떤 보복이나 제재를 가할 수 있다면 그것은 더욱더 효과적일 것이다. 범인은 실로 오도가도 못하는 막다른 골목에서 무기를 던져버리고 말 것이다.
바로 그런 문제들에 접근하는 쌍무협정을 위한 협상을 「쿠바」쪽에서 먼저 미국에 제의하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이것은 확실히 비행기 납치를 억제할 수 있는 바람직한 「모델」이 되기 쉽다. 기대할 만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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