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엔대까지 전망 “기회는 충분 … 서두르지 마라”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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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증시가 뜨겁다. 닛케이225지수는 한 달 사이 962포인트(6.81%) 오르며 3일 연중 최고치(1만5749.66)를 기록했다. 일등 공신은 엔화다. 지난달 중순 이후 달러당 100엔을 뚫고 지속적인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엔 “엔화 ‘저공 비행’과 일본 증시의 ‘고공 행진’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달아오르는 일본 증시의 투자 전망과 방법을 살펴봤다.

관건은 엔화다. 일본 증시가 지난 연말 이후 무서운 상승세를 탄 배경엔 엔화 약세가 있었다. 지난 1년간 닛케이225지수 그래프와 달러-엔 환율 그래프를 놓고 보면 쌍둥이처럼 닮아있다. 닛케이지수가 5853.85포인트(61.97%) 치솟는 동안 엔화는 달러당 82.4엔에서 103.4엔까지 떨어졌다. 올 5월, 일본 증시가 상반기 최고점(1만5942.6)을 기록할 때와 3일 연중 최고점을 찍을 때 모두 엔화가 달러당 102엔대로 연중 최저치였다는게 공통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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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도 엔저 “GO”
일본 증시에 대한 낙관론이 지속되는 것도 엔화가 더 떨어질 거란 전망 때문이다. 엔화 약세를 발판으로 일본 기업들이 수출 경쟁력을 회복할 것으로 보는 기대가 깔린 것이다.

실제로 글로벌 금융회사들은 내년엔 달러당 110엔 수준까지 엔화가 하락할 것으로 내다본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골드먼삭스 등 11개 글로벌 금융회사(IB)는 내년 달러당 엔화 가치가 평균 110.08엔까지, 모건스탠리와 크레디트스위스는 120엔까지 떨어질 거라고 예측했다. 최근 100엔 초반대를 웃도는 엔화 가치가 10~20% 더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는 얘기다.

아베 정권이 내년에도 ‘엔저 돌격대’로 불리는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일본은행 총재를 내세워 공격적인 통화정책을 쓸 것이라는 예측이 가장 큰 근거다. 구로다 총재는 최근 “물가 상승률이 2%에 도달할 때까지 추가 양적완화를 지속하겠다” “엔저가 과도하다고 보지 않는다”는 등의 발언을 잇따라 쏟아내면서 엔화 가치 하락을 부추겼다.

미국과의 금리 차도 원인 중 하나다. 미국 시장 금리는 오르는데 일본에선 초저금리가 지속되자 돈이 미국으로 빠져나가고 있다는 거다. 김규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일본팀장은 “아베노믹스는 내년 말까지 인플레이션 2%와 성장률 두 배 상승을 목표로 모든 금융·재정 수단을 다 강구하겠다는 방침이어서 엔저와 증시 랠리가 반짝 이벤트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일본 내에서도 이 같은 정책이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둘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고 말했다.

글로벌 금융회사들은 내년 일본 증시가 10% 이상 상승할 거라고 내다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도이체방크는 내년 닛케이225지수 최고점을 1만9000, 노무라증권은 1만8000으로 잡았다. 지금보다 20% 안팎의 상승세를 점친 것이다.

일본 내 증권사의 전망은 더욱 공격적이다. SMBC닛코증권은 최근 내년 전망 보고서에서 “내년 상반기에 닛케이지수가 2만을 돌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요 250개 기업의 올 회계연도 경상이익도 9월 추정치(31.2%)보다 1%포인트 올려 잡았다.

정윤미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최근 일본 내에서 설비 투자 지수가 올라가며, 상여금 중심이지만 평균 임금도 조금 오르는 모습을 보여 경기 선순환이 일어날 가능성이 감지되고 있다”며 “정부가 통화정책에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확신이 시장에 깔려 있는 것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닛케이지수 2만 돌파” 전망까지 등장
문제는 타이밍이다. 최근 한 달 사이 증시가 빠르게 올랐기 때문에 투자를 서두르지 말라는 조언이 다수다. 짧게 보면 조정을 받을 가능성이 많으니 조금씩 자금을 분산해 투자하며 리스크를 줄여야 한다. 김종육 한화자산운용 매니저는 “최근 급등한 증시는 다소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하지만 세계 경기 회복세를 감안하면 추가 상승 여력이 충분해 보이니 조정이 올 때마다 조금씩 투자하는 걸 권한다”고 말했다.

일본 증시 투자를 결심했다면 가장 손쉬운 방법은 증권사에서 판매하는 일본 펀드다. 국내 자산운용사의 이름을 내걸었지만 대부분 일본 내 증권사나 글로벌 금융회사가 자산운용을 맡고 국내 자산운용사가 환율과 유동성 관리만 맡는 위탁 펀드가 대부분이다. 예를 들어 한화자산운용의 ‘한화재팬코아증권투자신탁’의 경우 일본 닛코자산운용이 종목을 골라 투자한다. 국내 자산운용사 간판보다 실제 운용사가 어디인지를 따져봐야 하는 이유다.

펀드의 장점은 환헤지가 가능하다는 것. 증시의 수익은 수익대로 챙기고, 엔화 가치 하락으로 인한 환차손은 피할 수 있다.

단점은 높은 세금이다. 국내 증시 투자 상품이 아니기 때문에 해외 펀드에서 나온 수익은 고스란히 금융소득종합과세의 대상이 된다. 수수료가 2~3% 수준으로 높다는 것도 유의할 점이다. 올해 같은 경우 워낙 일본 펀드 수익률이 높아 수수료나 세금을 감안해도 투자자들이 활짝 웃을 수 있는 수준이었다. 올 초부터 판매된 33개 일본 펀드는 지금까지 평균 39.4%의 수익을 냈다. 우리일본스몰캡펀드의 경우 연초 이후 수익률이 51.3%에 달한다. 옥혜은 우리자산운용 글로벌운용팀장은 “일본 대기업들은 해외 생산 기지가 많아 엔저 수혜를 바로 보지 못한 반면, 중소 제조업체들이 엔저 효과를 더 많이 누렸기 때문”이라며 “경기 호조세가 지속되는 한 중소기업이 당분간 장을 주도할 것 같다”고 말했다.

자산가라면 ETF … 환헤지는 따로 해놔야
세금과 수수료가 부담스럽다면 ETF 투자가 답이다. 특히 일본 증시 투자자는 자산 분산 차원에서 접근하는 고액 자산가가 많기 때문에 더더욱 세금 문제에 민감하다는 게 증권가의 설명이다.

국내에선 주로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일본 관련 ETF에 투자하는 이들이 많다. 증권사에서 해외 주식거래 계좌를 열기만 하면 홈주식거래시스템(HTS)이나 모바일주식거래시스템(MTS), 전화 주문 등으로 손쉽게 거래할 수 있다.

ETF 거래는 해외 주식 직접 투자와 마찬가지로 양도소득세(22%)만 내면 되기 때문에 금융소득종합과세 최고 세율(41.8%)을 내야 하는 투자자에겐 이득이다. 거래 수수료도 0.2~0.3%로 펀드의 10분의 1 수준. 평가 기준일이 따로 있어 환매와 동시에 수익률을 알 수 없는 펀드와 달리 ETF는 주식처럼 실시간 가격을 확인하고 팔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문제는 환 노출이다. 주식처럼 사고파는 상품이라 환헤지 수단이 없다. 해외 ETF에 큰돈을 투자하는 이들은 관련 통화의 선물 거래를 통해 나름의 환헤지를 해놓는 게 좋다. 민성현 삼성증권 신채널영업팀 차장은 “외화는 변동성이 워낙 커 헤지를 하는 게 안전하지만 다소간 환차손을 감안하더라도 증시 수익률이 더 높을 거라 생각하고 그냥 투자하는 고객도 적지 않다. 최고세율을 내야 하는 고객이라면 환차손을 감안해도 ETF 투자가 이득일 것”이라고 말했다.

ETF를 선정할 땐 추종하는 지수 외에도 거래량을 잘 살펴야 한다. 거래량이 많은 ETF일수록 사고팔기가 수월하기 때문이다. 뉴욕거래소에서 가장 많이 거래되는 일본 관련 ETF는 ‘아이셰어즈 MSCI 저팬 인덱스(ishares MSCI Japan Index)’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의 일본 지수에 투자하는 ETF로 3개월 평균 거래량이 3000만 건 안팎에 달한다. 1년 수익률은 26.43%다.

엔화 가치 하락에 직접 투자하려면 ‘프로셰어즈 울트라숏 엔(Proshares Ultra Short Yen)’이 대안이 될 수 있다. 레버리지를 활용해 엔화 가치가 하락하면 2배의 수익을 내게끔 설계돼 있다. 단 엔화 상승에 따른 위험도 2배이니 주의해야 한다.

중앙선데이 임미진 기자 mi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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