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의 의미추적에 충실한 연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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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극단 「산울림」이 작년의 『「헨리」8세와 그 여인들』에 이어 두 번째로 올린 사극 『겨울 사자들』은 전작과 마찬가지로 역사적인 사건에 역점을 두기 보다 그 사건에 관련된 인물들의 성격과 심리에 촛점을 맞추고 내용에 있어서 버림받은 여인의 끈질긴 애증의 복합심리와 권력에 대한 인간들의 동물적인 욕망을 다루고 있다.
작가 「제임즈·골도먼」은 이 극에서 왕권을 둘러싼 왕과 왕비와 세 왕자간의 끊임없는 거짓과 음모를 통해 간접적으로 인간의 치부를 노출시키고 끓는 유황액 같은 언어로 표현되는 상호간의 증오감을 통해 인간관계의 한 본질적인 면을 강하게 묘사해 주고 있다.
이번 공연의 연출은 원작의 의미를 추적하는데 충실했고 서투른 트릭을 쓰지 않은데 엄격했다. 그것은 임영웅씨의 장점이다. 그러나 이 극은 「스트레이트」한 연출만으로는 성공하기 어렵다. 권력상쟁이 취하는 일반적인 「코스」를 택한, 자칫 진부해질 수 있는 원작의 결말을 연출은 좀더 의식했어야 했다. 그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이 극이 전적으로 유창하고 섬세하고 칼날 같은 대사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아리아」를 부를 수 있을 만큼 훈련된 배우를 요구하고 어느 대사 한마디는 그것으로 무대의 무게를 저울질할 수 있을 만큼 정치한 계산이 따라야만 했던 것이다.
그것은 연출의 능력과 배우의 능력이 합치되어야 되는데 김성옥(헤리)의 판에 박힌 듯한 연기와 대사표현, 「앙상블」을 구축하지 못한 단역들로써는 거기가 한계일는지 모른다. 서로 집착하는 동안은 증오감에서 서로 위로하고 헤어졌을 때는 옛정에서 물고 찢는 왕과 왕비의 싸움은 김용림의 호연으로 무난하게 처리되었지만 그들이 주고받은 대사의 지적 함축성과 다양한 색조의 감정이 잘 드러나지 않음으로써 연극의 참 재미를 놓친 것은 아쉽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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