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향에 새 가능성 준 각 지휘자의 「바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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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세계적 지휘자 「조셉·로젠스토크」씨가 본사초청으로 내한, 26일 밤 서울시민회관에서 국립교향악단을 지휘, 국내 음악 「팬」들에게는 무한한 감동을 주는 한편 악단에는 커다란 활력을 불어넣었다. 다음은 이날 연주를 들은 각계인사들의 촌평. 이들은 한결같이 명 지휘자의 「바톤」으로 일신된 「국향의 새로운 소리」에 찬탄과 경이를 금치 못했다.

<편집자주>

<"포근한 연주"|윤일선(전 서울대총장·의박)>
내가「로젠스토크」씨의 연주회장에 간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하나는 30여년 전 빈의 어느 야외음악당에서 그분의 지휘로 「요한·수트라우스」의 「왈츠를 들었던 일이 있었기 때문이고 또 하나는 프로그램이 좋아서였다. 7순이 훨씬 넘었을 「로젠스토크」씨는 이날 밤 정정한 모습으로 악보도 없이(암보) 능숙하게 교향악단을 이끌어 포근하게 청중들을 감싸 안아주었다. 음악이 자연스럽게 청중들에게 전담되었다면 그 연주는 훌륭하고 성공한 것이 아니겠는가.

<"칠순의 젊은 지휘"|이흥렬(숙대음대학장·작곡가)>
40여년 전 그분의 지휘를 일본에서 들은 일어 있는 나로서는 감회가 깊었다. 오랜만의 재회의 기쁨도 기쁨이려니와 7순이 넘은 고령임에도 마음은 여전히 늙지 않았음을 지휘를 통해서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브람스」같은 힘들고 어려운 곡을 우리의 뛰어나지 못한 교향악단을 이끌고 그만큼 좋은 연주를 보여주었다는데 대해 그분의 훌륭한 지휘능력을 새삼 높이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나라에 오래 머물러 우리 교향악단육성에 기여할 수 었는 기회가 주어졌으면 좋겠다.

<"세심한 배려 흔적"|김생여(지휘자)>
이날 밤 연주회을 듣고 제일 먼저 느낀 것은 「오키스트러」의 앙상블이 한층 조화를 이루었으며 수준이 눈에 띄게 높아졌다는 것이다. 그리고 「리듬」을 강조하고 「프레이징」에 세심한 배려를 기울인 흔적을 역력히 느낄 수 있었다.
특히 국향 단원들의 열의가 나타나 있어 지휘자의 능력에 따라서는 한 교향악단이 얼마든지 좋아질 수 있다는 증거를 보여준 셈이다. 훌륭한 지휘자는 메마른 토양에 감우와도 같아 땅을 기름지게 하고 알찬 결실을 맺게 한다는 말을 새삼 되새겨 본다.

<"훌륭한 지휘 확인"|임원직(지휘자·서울예고교장)>
30여년 전 동경서 학생때 그분의 지휘를 여러 번 봤다. 그때에 비해 다소 변한 것을 알 수 있으나 여전히 훌륭한 지휘자임에는 틀림이 없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
그분이 지니고 있는 음악성과 이를 드러내는 표현방법에 우리의 오키스트러가 익숙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나타났으나 이것은 객원 지휘자를 초빙한 우리의 경우에는 어쩔 수 없는 「갭」이 아닌가싶다.

<"아카데믹한 표현"|정희석(바이얼리니스트)>
이미 알고는 있었으나 그분의 「아카데믹」한 해석과 표현, 성실한 자세에 호감과 경의를 표한다. 지나친 감정의 표출과 모션을 자주 보아온 우리들에게 귀한 기회였으며 독일고전음악의 정통성을 보여 주어서 매우 다행스러웠다.
학구적이고 진지한 그분의 탁월한 능력과 지휘자로서의 통솔력, 동양과의 친화감을 생각할 때 우리교향악단 육성을 위한 최적의 지휘자로 생각한다.

<"뛰어난 「브람스」|금수현(작곡가·「월간음악」대표)>
결코 화려하거나 지나친 「모션」이 없으면서도 「브람스」의 경우 우리교향악단으로서는 최대의 음을 이끌어낸 그분의 탁월한 능력을 높이 살 만하다.
실상 「로젠스토크」씨는 화려한 경력을 지녔고 그에 충분한 능력의 소유자인데도 우리 나라에 일찍부터 왜 알려지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우리 「오키스트러」들보다 높은 수준으로 이끄는데는 가장 적합한 스승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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