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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채늘」의 남북대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전세계 환시 속의 남북대화는 이제 전진을 향해 서서히 가속화의 「피치」를 올리고 있다.
23일 평양에 도착한 우리대표단을 맞아 지금 평양대동강회관에서는 이산가족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 남북적십자 제3차 본 회담이 열리고 있거니와 이를 계기로 내 11월30일까지의 향후 1개월여 서울과 평양에서 자리를 바꿔가면서 서로 차원을 달리하는 두개의 남북대화 「채늘」이 거의 동시적으로 기능을 발휘하게 된 것이다.
이번 평양에서의 남북적 3차 본 회담을 뒤이어서는 남북조절위원장 2차 회의가 역시 평양에서 개최(11월2일) 키로 돼있고, 또 이어서 내 11월22일과 30일에는 서울에서 남북적 4차 본 회담과 남북조절위원장 3차 회의가 각각 진행키로 일정을 확정 시켜 놓고 있다.
이 모든 것은 지난 9·13 남북적 제2차 서울회담 이래 다시 냉각됐던 남북간의 대화분위기가 화기를 되찾고, 상호간에 통화를 계속하려는 열의를 더욱 굵은 파이프로 연결했음을 반증하는 것으로, 우리는 이 두개의 회담의 성공을 빈다.
우리측 보도진들의 평양발신보도를 보면, 남북적 쌍방대표들은 지금까지의 회담을 통해 합의한 원칙에 따라 이번 평양회담부터는 ①이산가족들의 생사 및 주소확인 ②자유방문·상봉 알선 ③서신거래 ④가족의 재결합 ⑤기타 인도적 문제의 순서로, 「실질적인 토의」에 들어갈 것을 거듭 확인했다고 전한다.
그러므로 우선 이번 남북적 본 회담의 주 의제가 될 이산가족들의 생사 및 주소확인문제에 관한 한, 이미 쌍방이 파악하고 있는 명단 등을 상호 제시하게 되면 합의도달에는 그다지 큰 곤란은 없을 것으로 보는 견해에 우리도 동조하고자 한다. 1천만 이산가족들의 숙원인 이 문제가 하루속히 원만한 매듭을 짓게 되기를 바랄 뿐이다.
한편 이와는 별도로 한층 높은 정치적 차원에서의 남북간 대화를 추진하기 위한 남북조절위원회의 활동도 지금까지의 경위로 보아 그 성과에 대해 기대를 걸 만하다.
지난 21일의 발표에 의하면 앞으로 평양과 서울에서 교대로 열리게 될 제2, 3차 남북조절위 공동위원장 회담에서는 『7·4공동성명의 정신에 기초하여 남북간의 관계개선을 위한 제반문제와 조절위의 구성문제』등 실질적인 토의를 갖게 될 것이라고 밝혀진바 있다. 알다시피 이 조절위는 양측의 실력자가 직접 참가하여 운영되는 것인 만큼, 본래부터 큰 무게를 가진 것이지만, 장차 평양과 서울에서 공식적 「스케줄」을 갖게 될 제2, 3차 회의는 국내외예 대해서 우리의 남북한 대화가 갖는 의미를 더욱 부각시켜 줄 기회라고 생각된다.
그 동안 국외에 있어서는 일·중공간의 국교 정상화가 이루어졌으며 또 월남에서의 휴전 임박설이 파다하게 전해지는 등 국제간의 긴장완화 무드가 소정에 달한 감이 있으며, 국내에서는 남북대화를 계속하면서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촉진하기 위한 국내 체제개편을 단행하기 위한 이른바 10·17 비상사태가 선포되었던 것이다.
따라서 격동하는 국내외정세에도 불구하고 남북간의 대화가 이처럼 더욱 공고한 기초 위에서 진전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것은 국내에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국내체제개혁을 위한 진통이 필경 남북대화를 촉진하고, 조국을 평화적인 방법으로 통일하려고 하는 한국민들의 원대한 목표와 자주적 역량과 밀접한 등식관계에 있음을 국내외에 과시하는 명확한 징표라 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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