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의 고도에 묻힌 「한 한국 여인의 순교」|26일 한줌의 흙으로 3백80년만에 귀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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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동경=박동신 특파원】임진왜란 때 겨우 3살의 나이로 일본에 붙들려 와 자라면서 천주교에 귀의하고 끝내 배교를 거절함으로써 20여세 때 절해의 고도에 유배된 채 비운의 60평생을 마쳤던 순절의 한 한국 여인이 3백80년만에 한줌의 흙으로 슬픈 귀국을 한다.
동경 남쪽 1백70여km, 망망한 대해 속의 외딴섬 「고오즌지마」(곤진도)에 있는 유형자들의 묘지에는 특이한 모양의 묘비가 세워진 신비의 무덤 하나가 예로부터 전해져 왔다.
이 무덤의 주인공이 순교한 한국 여인「오다·줄리아」로 밝혀진 것은 불과7년 전. 「도오꾜」의 문화재 전문가가 이를 조사, 확인 한 것이다. 그래서「줄리아」의 유덕을 기린 섬사람들은 3년 전부터 해마다 「줄리아」제를 지내 왔고 이번엔 무덤의 흙이나마 고국에 옮겨 모시도록 의견을 모으는데 이른 것이다.
신진 도민으로 구성된「줄리아」 현창회는 오는 24일 「무덤의 흙」을 받들고 섬을 떠날 예정이다. 촌장인「마쓰모드」 현창 회장을 비롯한 도민 26명의 한국 방문단 일행은 이어 동경의 일본 사교 관에서 축복 식을 올린 다음 26일 상오 고국으로 떠나게 된다.
1651년에 세상을 떠난 「줄리아」는 한국의 어디서 출생했는지는 모르나 양아버지 소서 행장이 「세끼가하라」 싸움에서 패하자 다시 승자 덕천가강의 시녀로 끌려갔는데 신앙심을 꺾지 않자 망망한 외딴섬에 쫓김을 당했던 것.
그러나 10명도 안돼는 섬사람들을 함께 일하면서 교화해 지금도 이 섬에선 가장 훌륭한 얘기를 남긴 여성으로 추앙돼 송덕비· 기념관들이 서 있다.
신진도민 한국 방문단은 「줄리아」 의 「한줌 흙」 을 제2한강교 옆 절두산 순교 기념관에 안치하고 6일간 서울에 머무르면서 한국 천주교 등을 방문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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