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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제보와 허위 진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만우절이라는 4월1일만 되면 112신고와 119신고 전화통이 깨질 듯 울리고, 평소에도 무슨 큰 사건이 터지기만 하면 허위신고가 빗발처럼 쏟아지는 것이 요즘 우리사회에서의 일이다.
이러한 거짓 제보 때문에 경찰백차와 소방차들이 흔적도 없는 범인을 쫓고 불씨조차 없는 화재현장에 달려가는 광경은 생각만 해도 희화적이요, 기가 막힐 노릇이다.
이정수씨 피랍사건에서 만도 지난 달포 안에 무려 1백50건이나 허위신고가 날아들었다 한다. 자기가 범인이라고 한 정신병자의 112신고에서부터 시작하여, 날을 모함하는 투서와 장난기와 호기심으로 경찰을 골탕먹이는 허위전화까지, 수사본부를 어리둥절하게 하는 일이 너무나 많았다는 소식이다. 경찰에 의하면 공개수사가 시작된 지난 9월17일 이후 이 사건에 관련된 각종제보는 전화신고 98건, 투서 48건, 구두신고 5건 등 모두 1백51건으로 하루 평균 6건의 신고가 접수되고 있다한다. 그런데 이들 82%인 1백24건이 전혀 근거 없는 거짓신고로 드러난 것이다.
또 검찰에 접수된 진정서도 과반수가 무고였다 한다. 지난 8월말 현재 서울지검에 접수된 1천3백10건의 진정·투서를 수사한 결과는 그중 55·3%인 5백43건이 전혀 혐의가 없는 것이었고, 1백84건(18·7%)은 입건할 필요가 없는 경미한 것이요, 16·5%인 1백62건만이 형사입건 돼 검찰수사력만 낭비하게 했다.
그러잖아도 수사력이 모자라는 경찰과 검찰을 우롱하는 이 같은 거짓 제보 등은 그 동기여하를 막론하고 쓸데없이 국력을 소모케 하는 반국민적 행위라는 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 이렇듯 장난기가 호기심으로 수사력을 허탕치게 하는 것은 한 마디로 말해서 정신이상자의 행위와 다를 것이 없는 것이다. 거짓 정보는 수사의 혼선만 거듭되게 할뿐 아니라, 사회 불안의 요소마저 증가시키는 것으로 마땅히 근절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남을 모함하기 위하여 허위신고를 하는 사람들은 스스로 범죄행위를 저지르는 것임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남을 모함하는 무고행위는 경찰이나 검찰이 전수사력을 총동원해서라도 색출해내어 처벌해야 할 것이다. 무고죄의 성립에는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 또는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진실하다는 확신 없는 사실을 신고하면 죄가 성립되는 것이요, 반드시 허위라는 것이 필요 없는 것이다. 한편, 무고도 사회불신을 조장하는 행위로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지는 중 범죄이기 때문에 일반인들은 행여나 불확실한 제보는 삼가야만 할 것이다.
허위신고의 경우에도 재미있는 것은 민사사건의 가해자를 찾기 위해 이 방법이 자주 동원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채무자가 달아난 경우에 채무자를 찾으려고 노력하다가 찾을 수 없으니까 범인으로 몰아 허위제보를 한 뒤 경찰이 잡아주기를 기다리고 있는 유형이다. 이것은 경미한 사기범들이나 도 범들을 잡기 위한 방법으로도 쓰이는 모양인데 경찰이 큰 사건만 나면 한 사건에만 몰려 다른 사건을 처리해 주지 않는 현실에서 나오는 부득이한 악이라고 하겠다. 이것은 경찰의 허를 찌른 것으로 이러한 허위제보를 행하지 않도록 경찰은 모든 피의 사건을 공평하게 수사해야만 할 것이다.
그러나 한편 중대한 사건 때마다 이렇듯 허위제보가 성행하는 현상은 우리사회내부에 만성적인 긴장과 부조리가 겹치고 있는 불안정상태에서 나오는 사회병리의 노출인 것이다. 우리는 이 같은 사회불안과 부조리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가를 분석하여 병적 요소가 풍미하고 있는 사회 기풍을 쇄신함으로써 사회불안의 가승요소가 되는 거짓 제보사태를 근절하는 대책을 강구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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