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회 생신 맞은 박 대통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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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30일은 1917년생인 박정희 대통령의 55회 생신.
박 대통령은 이날 아침을 가족들과 함께 아침을 나누고 바로 집무에 들어가 김종필 총리, 정일권 공화당 의장으로부터 일·중공 국교 정상화에 관련된 보고를 들었다.
박 대통령은 화분이나 선물을 포함해 일체의 축하 인사를 받지 않겠다고 말해 정부 쪽의 김 총리와 정진우 총무처 차관 (장관 대리), 당 쪽의 정 의장 길전식 사무총장의 대표 인사만 받았다.
예년엔 신민당 당수도 축하 화분을 보냈었는데 이번엔 집안 사정이 복잡했던 탓인지 유진산 김홍일 양씨 쪽에서 아무도 축의를 보내지 못한 듯.
중요한 국제 정세의 진전이 있을 때면 으레 논평을 해오던 외무부는 일·중공 국교 정상화에 대해서만은 논평을 않기로 했다.
정부가 이례적으로 논평을 않기로 한 이유는 일·중공 공동 성명이 표면상 한반도 문제에 대해 언급이 없을 뿐더러 우리 나라의 장기적인 외교 노선과 관련해 「델리키트」 하기 때문이라는 것.
한 외교 「업저버」는 일·중공 관계 정상화가 긴장 완화라는 면이 있음에도 침묵을 지킨다는 것은 대만에 대한 동정의 묵시적 표시가 아니겠느냐고 이색적 풀이를 하기도.
그러나 대외적 의사 표시와는 별도로 공동 성명이 발표된 29일 외무부는 공동 성명의 내용 분석·성명에 대한 평가·자유중국의 반응 등에 대해 보고서를 작성하느라 분망 했다.
방미중인 김용식 외무장관은 「워싱턴」에 있는 「프레스·클럽」에서 연설했다.
김 장관은 한국에 언론 자유가 있느냐는 질문에 간단하게 『있다』고 대답했는데 다른 기자가 최근 계엄령이 선포되고 언론 통제가 가해지고 있는 「필리핀」 사태를 논평해 달라고 짓궂게 다그치자 김 장관은 『자체 문제를 판단하는데는 「필리핀」 정부가 더 유리한 입장에 있을 것』이라고 받아넘기기도.
한국엔 김씨가 왜 그리 많으냐는 「프레스·클럽」 회장 「워런로저즈」 기자의 질문엔 『하와이에 사는 내 친구가 서울 거리를 걷다 「금 생산 공장」이란 간판을 보았다더라』고 재치 있게 받아 박수를 받기도. 【워싱턴 동화】
30일 상오 의원 회관 22층에서 기자 회견을 한 김영삼 의원은 『기자 회견 예정이 없었으나 어제 효창동파에서 원내 총무와 대변인을 별도로 임명한다는 말을 듣고 옛날 민주당 신구파가 갈라지던 때와 비슷한 현상으로 진전되고 있다는 다급함이 느껴져 이를 막기 위해 기자 회견을 하게 됐다』면서 『그랬기 때문에 사전 타진은 누구와도 하지 못했다』고 했다.
시민 회관파 의원 8명과 효창동파 의원 1명 (한병채) 등 9명의 의원과 원외 지구당 위원장 9명이 배석한 회견 석상에서 김 의원은 『우리 당은 지금 가장 부족한 것이 대화』라면서 『정치 생활 중에 가장 고되고 어려운 순간에 직면한 느낌이나 비장한 결심으로 난국 타개의 앞강에 서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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