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의 중공접근이 몰고 올 일본, 대만의『경제교류 단절』|양국의 손익명세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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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일본과 중공의 국교수립교섭이 본궤도에 오르게 됨에 따라 일본·대만의 정경관계는 완전히 단절될 상태가 유발될 것 같다.
일본은 지난 월초 전 외상 추명열삼낭 씨를 대만에 보내 중공과 국교를 수립한다해도 경제협력관계는 계속하겠다고 설명하려했으나 오히려 자유중국정부의 초 강경 자세에 뒤통수를 얻어맞고 돌아왔다.
일본정부 일각에서는 외교관계가 단절된다해도 경제협력은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는 낙관론을 펴기도 했지만 추명 특사의 방대 후 사정은 일변되고 만 셈이다.
일본의 대 중공국교수립은 1952년에 맺어진 일-화 조약의 파기를 의미한다. 이는 곧 일-대 사이의 통상항해조약, 항공조약의 효력상실을 가져오기도 한다.
이 결과 일-대의 경제교류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단절될 것이 예상된다.
우선 대만에서 일어나고 있는 뚜렷한 현상으로 대 일본 의존자세에서 탈피하자는 것을 들 수 있다.
이미 자유중국정부는 지난 8월7일부터 2만 불 이상의 대형기계는 일본이외의 지역에서 수입하도록 조치했으며 인조흑연전극과 전해 판의 대일 수입도 전면 금지하고 수입지역을 미국·「캐나다」로 한정했다.
대만의 대일 의존탈출을 가능하게 하는 원동력은 구미자본이「아시아」지역을『잔존하는 시장』으로 보고 이 지역을 목표로 자본진출이 시작된 것과「타임」이 맞는데서 나오고 있다.
대만에 진출했던 일본의 대기업이 중공의 눈을 무서워하여 주 4조건을 받아들이고 현지에서 철수 또는 현상동결을 하려는 것과는 반대로 구미자본의 대만 상 륙은 오히려 활발해지고 있다.
지난 4월「건즈」미국수출입은총재가 3억불의 차관을 약속한 것을 비롯,「체이스·맨해턴」은행의 대북 지점신설,「모터롤러」내셔널·디스틸러즈의 직접 투자 등 미국의 대 대만투자활동이 왕성하게 진행되고 있으며「오스트리아」의「헤스트」사도 작년에 대 규모의 투융자를 행하기로 결정한바 있다.
일본정부는 연간 10억불을 상회하는(71년 기준)대만과의 무역규모(중공과는 8억불 규모)에 비추어 대만시장을 잃지 않으려는 배려를 하고 있으나 추명 특사에 대한 반응으로 보아 거의 절망적이라는 표현이 적당할 것 같다.
일본은 대만에 제1차 분 5백40억 원, 제2차 분 80억8천2백만 원의「엥」차관 제공을 약속, 이를 실천에 옮기고 있다.
이중 1차 분 82억 원과 2차분이 아직 남아있어 일본은 이를 대 중공국교수립 이전에 전액 집행하고 그 후부터는 신규차관제공을 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해놓고 있다.
그러나 일-대 간의 분위기로 보아 이 차관제공도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또 하나는 일본민간기업「사이드」의 신규투자가 대만에서 불가능해진다는 여건 때문에 일본중소기업이 타격을 받는다는 문제가 있다.
노동집약형이고 단기간에 투자액을 회수할 수 있는 많은 중소기업의 업종이 대만에 들어가려고 준비중에 있었지만 그 계획이 무산된 것이다.
이밖에도 대 대만항로의 봉쇄, 황금노선이라는 대북 항공선을 상실하는 손해를 일본은 감수해야한다. 국제정치역학관계에 따라 일본이 중공접근을 시도하는 것의 경제적 득실을 쉽게 계산해낼 수는 없다.
대만의 경제가 타격을 받을 것만은 확실하나 경제기조가 흔들릴 만큼의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그들이 원하는 현상유지조차 못할 경우 상당기간은 대만과 장사하는 것보다 중공과 거래하는 것이 손이 될 것이다.
중공의 연간무역규모가 겨우 40억불 정도이며 이 규모가 급속히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이유의 하나다.
또 하나의 이유는 자력갱생을 표방하고 있는 중공의 경제정책에 비추어 대규모의 직·합작투자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점이다.
중공연해의 석유자원개발이 매력의 초점이 되고 있지만 이 자원개발권을 미국과 경쟁해서 일본이 획득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여기에 6천명의 대만거주 일본인의 추방, 일본의 대 대 투자액 몰수라는 최악의 사태까지 이른다면 일본이 입는 경제적 손실은 설상가상 격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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