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경·평전>
제3회 경·평전의 입장료는 일반이 30전·학생이 20전이었다.
개최장소인 배재중학 운동장은 지금의 위치와 같았으나 오늘날과 같은 스탠드는 없었고 본부석에는 흰 천막 2개를 쳐놔 귀빈들을 모셨다.
이날은 관중이 7천여명이나 몰려 「스탠드」가 없는 배재중학 운동장은 문자그대로 입추의 여지가 없었다.
주최측은 하도 관중들이 몰려들어 경기장 「라인」에까지 밀려들게 되자 새끼줄로는 막을 수 없음을 알고 인분을 끼얹어 그 인파를 막았으니 지금 생각하면 어이없는 일이기도 했다.
그러나 시설도 그렇고 경비경찰이나 군인이 없었는데다 관중들이 지금보다 무지했던 그 시절이니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도 모른다. 경·평전의 「메인·게임」에 앞서서는 배재고보-경신학교의「오픈·게임」이 있었다.
그때니까 말이「오픈·게임」이지 중학교 「팀」으론 이 두학교 이외에 보성고보와 중동학교가 21일 열리고 양일의 승자가 3차 전인 22일에 결승전을 벌였으니까 이는 지금의 표현으로 한다면 경·평전과 함께 거행되는 우수고교 「팀」초청 축구대회나 다름없었다.
이「오픈·게임」은 3시 정각에 시작되었는데 경신이 2-1로 배재를 이겼다. 그런데 지금도 기억에 새로운 것은 입장식광경이었다.
그때 대회장은 윤치호씨. 임원장은 여운형씨였다. 흰 두루마기에 수염을 길게 늘인 윤치호씨는 한 줄로 선 경·평 선수단을 놓고 짤막한 개회사, 양복차림 여운형씨는 축사를 했는데 그 내용을 지금은 다 잊었지만 축구를 통해 조선민족의 우수성을 보이자는 말을 듣고는 순간적으로나마 엄숙한 마음이 되었다고 기억한다.
경·평전의 「메인·게임」은 하오5시에 시작했다.
이 축구경기의 인기는 많은 관중이 밀려드는 것으로 입증할 수 있지만 경성방송국이 연 3일 동안 실황중계를 했다는 것으로도 얼마나 인기가 있었는가를 쉽게 알 수 있다.
그전에도 경성방송국에서 축구실황중계를 했는지는 몰라도 이때는 당시의 명 「아나운서」였던 제2부 방송의 박충근씨가 중계를 했다.
1차전의 경성군「스타트·멤버」로는 GK이혜봉(연전), FB정룡수(연전), 김화영(입교대), HB김용식(보전), 김원겸(주장·상해남양대), 김일배(연전), FW채금석(경신졸·상업), 최성손 (경신졸·상업) 배종호(보전), 위영필(연전), 김화집(교원) 이었고 감독에는 최성면이었다.
경성군에는 선배 격인 이영민(식은)도 있었으나 실력으로 봐 떨어졌고 실제론 경성군의 역원이었지 정통파에 속하는 선수는 이미 아니었다.
그런데 그해 봄 4월에 평양군으로 뛰었던 연전의 정룡수가 이번에는 경성군으로 편입되어 출전했는데 거기에는 이유가 있었다.
정룡수는 그 당시 머리에 기름을 바르고 출전하는 등 멋쟁이 선수로 출생지는 평안도이지만 공부 때문에 다른 평양출신의 선수들과 같이 줄곧 경성에 있었다.
9월에 다시 경·평전이 열린다고 하니까 하루는 경성군의 김원겸으로부터 편지가 왔다.
경성군은 수비가 약하니까 정룡수가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리 평양군의 입장에서 보면 그가 창단 「멤버」이고 해서 아쉬운 것은 사실이었지만 평양군에는 선수가 남아 돌아가기도 하고 해서 경성군에 양보한 것이다.
평양군은 이때 무교정의 태욱이라는 여관에 숙소를 정했었는데 내가 감독이었고 선수로는 김신복(숭전졸·상업), 안수한(보전), 박형렬(숭전), 장병오(광성졸·무오단), 강기순(주장·보전), 윤창선(숭전), 박인식(보전) 김영찬(숭전졸·상업), 한룡호(숭전졸·상업), 김영근(숭전), 한영택(광성졸·상업), 이정식(연전졸·주장), 박의현(숭전·주장), 박영철(일체전), 김성우 (일명대), 이치순(보전), 이정현(오산졸·상업), 박영환(상업) 등 18명이었다.
이중 1차전에 출전한 선수는 GK김신복, FB안수한·장병오, HB박인식·강기순·김영찬, FW이치순·이정식·김영근·한영택·박영환이었다.
주심은 당초에 정인창씨로 발표되었는데「게임」당일 현정주씨로 바뀌었다. 해방 후 현정주씨는 공화당전국구 출신으로 7대 국회의원을 지내다 연전에 돌아가신 분으로 훤칠한 키의 그가 왜 그때 주심으로 교체되었는지는 잘 몰라도 성미가 팔팔한 그분의 호각소리는 지금도 귀에 남아있는 듯하다. <계속>계속>제3회>
(564)<제 27화>경·평 축구전(9)최일<제자 이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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