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라」TV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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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내년부터「칼라」TV의 국내 생산이 이루어진다고 상공부에서 밝혔다. 이미 6개 국내「메이커」가 시제에 성공했다고도 한다.
그러나 말이 국내 생산이지 아직은 국산품은 아니다. 순 국산 부분품은 20%밖에 되지 않는다.
물론 국산화비율도 74년 말에는 70%정도로 높아지리라 한다. 대견스러운 일이다.
기왕에 국산품이 못 될 바에야 차라리 국산부분품이 적게 들어있을 때 사두는 것이 품질에서나 가격에서나 훨씬 유리하다. 어쩌면 파는 쪽에서도 이런 것을 노리고 애써 국산화를 서두르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
상식으로는 국산화가 되면 값은 싸져야 한다. 수입세도 안 붙고 임금도 싸니까 말이다. 그런데도 웬일인지 국산품가격은 국제가격에 비겨 엉뚱하게 비싸다. 가령 12인치 흑백TV가 일본에서는 1만5천 엥 정도 밖에 안 된다. 그게 한국에서는 6만원이나 된다.
더욱 알 수 없는 것은 능히 40「달러」, 곧 l만6천원 정도(수출가격)면 수지 맞출 수 있는 국산TV값을 그토록 비싸게 사야하는 국민의 심정이다. 특관세다, 물품세다 하는 것이 비싸다는 핑계도 물론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진짜 이유는「브라운」관까지 국내생산해서 대량생산한「트레이드·마크」는 국내에선 못 팔게 하고, 외제부분품을 조립해서 만든 것만을 과잉보호하는 상역 정책에 있다.
수출용이란 꼬리를 붙여 허가키로 한「칼라」TV의 생산과 판매가격에 있어서도 이런 과오가 되풀이된다면 이른바「조립시대」가 끝날 때까지는 국민의 이익은 무시되기 마련이 아니겠는가.
이 경우 새로 나올「칼라」TV의 가격은 얼마나 또 비쌀 것인지 궁금해진다. 가령 일본에서는 3만 엥 정도 짜리 19인치 흑백수상기가 우리 나라에서는 9만원이나 된다.
그런데「칼라」TV가 되면 그 값은 일본에서도 최하 9만「엥」이나 된다. 이런 비율로 따진다면 이른바 국산「칼라」TV는 대당 30만원쯤은 된다고 봐야할 것이다.
이처럼 비싸질게 틀림없는「칼라」TV를 아무나 다 쓸 수는 없을 것이다.
71년 12월 현재의 통계에 의하면 우리 나라에 등록된 TV수는 58만5천 대쯤이다. 그 중의 87%가 서울과 그 주변에 몰려 있다.
지방과 도시의 격차가 이만큼 큰 것이다. 이런 격차는「칼라」TV의 경우에는 더욱 심해질게 틀림없다.
미국의 경우도 대 인구 보급률은 15%밖에 안 된다. 일본도 8%이다. 우리 나라에서「칼라」가 팔리기 시작한다만 당분간은 0.1%도 안 되는 극소수를 위한 사치품 노릇밖에는 안 될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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