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불황의 무풍 지대-「이탈리아」 영화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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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영화 산업의 불황은 수년 전부터의 세계적인 현상이다. 안방 「스크린」인 TV와의 경쟁, 막대한 제작비를 들인 대작들의 흥행실패와 발전해 가는 타 오락 부문에로의 대중기호 변천 등이 그 주요 원인으로 손꼽히고 있다.
「이탈리아」 역시 이 실정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나 서구에서는 그래도 가장 사정이 좋은 편으로 71년8월∼72년7월 사이에 영화 관객 연4억3천만 명을 동원, 「유럽」공동 시장 역내 5개국 총 관객 수를 상회하고 있다. 같은 기간의 제작 편수 2백84편으로 또한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
세계적인 영화 불황 속에서도 「이탈리아」영화가 현상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이탈리아」 정부의 지원 정책을 지목하지 않을 수 없다. 즉 정부는 연간 3백억「리라」(원화 1백80억 원)에 달하는 육성 비를 보조하고 해외시장 개척에는 반관 협회인 「우니탈리아」를 통해 적극적으로 후원해주고 있다. 또 현대 영화 산업에 강력한 「라이벌」로 등장한 TV와의 관계에서도 당국은 국영 「이탈리아·라디오·TV 방송회사」(「이탈리아」내 유일한 방송회사)로 하여금 한 주일에 2편(「채널」두개로 한 「채널」에서 1편씩, 그것도 월·수에 한정)의 영화만 방영케 하여 영화계와의 경쟁을 피하고 있다.
그 밖의 요인으로는 세계적인 감독들이 기라성과 같이 존재하고 있는 영화계의 질 높은 우수성이다. 「페데리코·펠리니」 「비토리오·데·시카」 「루키노·비스콘티」 「로베르토·로셀리니」 등 노장들과 그 대를 잇는 「프랑코·제피렐리」 「엘리오·페트리」 「피에르·파올로·파솔리니」 「세르지오·레오네」 「야코페티」 그리고 유망한 신인 감독들이 함께 활동하는 풍토에다 이들 중 한 감독이 일년에 한편 정도만 내놓아 대부분 절찬 받는 역작들이기 때문이다.
세계 영화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대 「스펙터클」시대 「네오 레알리즘」으로부터 최근의 「이탈리아」식 「웨스턴」에 이르기까지 세계적 인기를 얻었던 「이탈리아」 영화가 지금의 세계 영화 불황을 둥지고 계속 우수 작을 발표할 수 있는 것도 위에 열거한 장점을 튼튼한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영화제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은 작품상으로 어느 감독이나 제작자나 이 작품상을 받는 것을 최고의 영광으로 생각하기 마련이다. 이름 있는 영화제인 「칸느」「베를린」(「베니스」는 상 제도를 폐지) 영화제 금년도 수장 작을 보면 오늘의 「이탈리아」는 세계 영화의 「메카」인 인상을 준다.
「칸느」 영화제 금년도 「그랑프리」는 「이탈리아」 영화 『「마테이」사건』과 『노동자 계급 천국에 가다』가 공동으로 획득했고 「베를린」국제 영화제에서도 「이탈리아」영화 『「캔터버리」이야기』가 작품상인 금태상을 받았다.
미국 「아카데미」상 외화 부문에서도 2년에 걸쳐 『살인수사』(「엘리오·페트리」감독), 『「핀치·콘티니」의 정원』(「비토리오·데·시카」 감독) 등 「이탈리아」영화가 차지했다.
우열을 가리지 못해 「칸느」영화제 사상 이례적으로 공동 수상하게 된 「프란체스코·로시」감독의 『「마테이」사건』과 「엘리오·페트리」감독 『노동자 계급 천국에 가다』는 금년도 최고 걸작 중에 속한다.
「엘리오·페트리」감독의 『노동자 계급 천국에 가다』는 근대 자본주의 제도하에서 노예와 같은 노동을 하는 참상을 그린 것으로 개봉 3주만에 40만 관객을 동원, 5억「리라」(3억원)의 흥행 수입을 올릴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지난 7월5일에 막을 내린 제22차 「베를린」영화제는 또 다른 한 「이탈리아」감독의 명성을 인정했다.
작품상인 금태상을 받은 「피에르·파올로·파솔리니」감독 『「캔터버리」이야기』는 「초서」의 세계를 생동력 넘치는 숙달된 예술로 묘사했다. 시인이기도 한 「파솔리니」감독은 10년전에 『「마테오」복음』으로 영화계에 「데뷔」, 각광을 받았고 「이탈리아」 영화계에서 이방인으로 불릴 정도로 반「컨포미즘」을 추구한다.
금년도 문제작 중의 하나이며 「스페인」의 「산세바스티아노」 영화제에서 은상을 받은 「스테마노·반치나」 감독의 『경찰은 감사한다』는 낡은 범죄 처벌법과 민주주의 사이에서 임무를 다 못하는 경찰력을 비웃으면서 등장하는 『반 범죄 단체』가 『민중의 심판』을 위법으로 집행해버린다는 내용. 【로마=정신규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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