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실리」 일본은 「명분」|각료회담 결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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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5, 6일 이틀동안의 한·일 각료회담은 「새로운 차원의 협력」을 내걸고 공식·비공식회의를 통해 막후적 타결을 지은 인상을 풍겼는데 그 결산을 보면-.

<정치|「안보개념」변동 없어|일·북한교류확대 완전제동의문>
박정희 대통령, 김종필 총리, 김용식 외무장관이 회의기간 중 「오오히라」수석대표와 차기수상 물망에 오르는 「나까소네」통산상과 연속적으로 개별 요담을 가졌다.
연초부터 정부·여당의 고위인사들이 일본고위층과 접촉한 것을 합하면 「새 차원의 한·일 관계는 막후 접촉으로 일관된 낌이다. 지도자들간의 개인적 신뢰의 폭을 넓힌다는 점에서 막후접촉은 편리한 방법일는지 모른다.
그러나 작년 동경회담 때 당시 「사또」수상과 개별 면담하기 위해 김 외무가 이틀이나 동경체재를 늦추었던 사실과 비교하면 퍽 대조적이다.
이번 각료회의는 나타난 사실로만 보면 1년 동안의 급격한 국제정세 변화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다나까」새 내각이 대한관계에서 기존기조를 유지하고있다는 사실을 확인한데 의의가 있다.
일본은 극동의 평화유지를 위해 미·일 안보조약체제를 견지하고 한국의 안전이 일본의 안전과 직결된다는 종전의 안보개념을 재확인했다. 현재 최대 과제인 일·중공 국교 정상화 과정에서도 한·일 우호를 해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오히려 일·중공관계 정상화가 주4원칙 같은 일방적 조건을 없애고 한·중공간의 단층을 메우는데 기여할 수 있으리란 적극적인 면이 유의되기까지 했다.
그러나 앞으로 한·일 관계에서 가장 신경을 곤두세울 북한교류 확대의 가능성이 완전히 배제되지 못했다.
「오오히라」외상은 『인도·문화·「스포츠」·민간경제 등의 교류는 제한된 선에서나마 진행될 것이나 한국정부와의 우호협력관계의 유지발전을 기본으로 하여 한국정부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그의 말은 한국정부가 특히 반대하고 있는 수은 자금 사용·재정차관·장기연불 수출 등 일본정부가 간여하는 대북한 교류의 질적 확대는 않겠다는 새삼 이해됐다.
그러나 대평 외상이 전체회의 연설에서 대북한 제한교류 범위 속에 「민간경제」를 포함시킨 것은 주목할만하다(작년 회의 때는 인도·문화·「스포츠」에만 언급). 이미 실현되고 있는 민간경제 교류이긴 하나 일본정부가 공식으로 천명한 것은 처음이어서 그 확대추세를 시사한 것으로 봐야할 것 같다. <성병욱 기자>

<경제>「새마을」지원엔 이견|23억불 요청에 3억5백만불만 타결
3차 5개년 계획 사업지원으로 10억불, 새마을 상업에 10억불, 국제취지 개선을 위한 물자차관 3억불 등 모두 23억불의 차관을 재정차관 「베이스」로 제공해 줄 것을 요청, 이 중 1차년도분으로 3억5백만불의 자본협력을 타결 지었다.
한국 측에서는 이러한 대규모 자본협력 요청을 대일 청구권 자금의 소진에 따른 새로운 차원의 협력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것이고 공동성명에도 명시했듯이 정부「베이스」에서는 마지막 협력이며 3차 5개년 계획이 끝나면 민간협력 체제로 바꾸겠다는 배수진까지 쳐가면서 일본측의 협약을 촉구했던 것.
그러나 일본측은 이 같은 한국측의 차관요청을 ▲3차 5개년 계획 중에 1, 2차 5개년 계획 집행에서 빚어진 모순을 시정하기 위한 것이고 ▲남북경쟁에 대비한 것이며 ▲일본의 대 중공, 대북한 접근정책 때문에 앞으로 정부「베이스」로 협력을 지속하는데 한계가 있을 것을 예상, 한목에 대규모 자본협력을 제의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는 것 같다.
더구나 「새마을 사업 등 농촌개발계획은 농가소득 증대를 통한 국내수요확대에 주타켓을 둔 것이며 3차 5개년 계획기간 중 소요자금을 40억불(1조6천억원)로 추정하고 이중 20억불은 정부부담, 10억불은 민간부담, 나머지 10억불은 일본의 지원으로 배분, 10억불의 차관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한국측이 새마을 사업차관 10억불을 3차 5개년 계획과는 별도로 지원을 요청했으나 일본측은 새마을사업도 3차 5개년 계획 테두리 안으로 한정시켜 한목에 차관공여를 약속하지 않고 『앞으로 사업별로 조사단을 파견, 지원을 검토하겠다』(일본외무성 경제협력국장의 말)는 정도로 낙찰, 결국 새마을사업 차관은 하나의 숙제로 남아있다.
또한 국제취지 압박을 완화하기 위한 3억불의 긴급물자차관도 지난 7월에 교환된 5천만불의 연내 사용 외에 추가로 연내에 5천만불 사용이 타결되긴 했으나 나머지 2억불은 타결되지 못했다.
따라서 이번 회의에서 합의된 차관은 타결기준으로 해서 3차 5개년 계획사업인 종합제철 확장 1억3천5백만불(조사단 파한 이후 결정키로 했으므로 아직은 유동적임), 통신시설확장 2천만불, 수출산업지원 2천만불 등 1억7천5백만불과 물자차관추가 5천만불, 농업개발(새마을사업) 8천만불 등 1억3천만불의 「엥」차관이 매듭지어진 것이다.
양국간에 합의된 이 차관은 일본의 회계연도 말인 73년4월까지 새마을 사업 차관, 물자차관 추가분, 5개년 계획사업 중 통신시설과 수출산업지원자금 등 1억7천만불을 사용하게 되고 종합제철차관 1억3천5백만불은 내년도 일본예산에 반영돼야 쓰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의 대가로 통상진흥 분야에서 일본측이 끈질기게 요구해 오던 공업소유권 협정을 연내에 체결키로 정부가 양보했으며 해운협정도 오는 10월 실무자 회의에서 매듭 지어질 것으로 알려졌다. <이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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