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고교 축구 어둠 속 경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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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축구경기와 야구경기가 동시에 벌어진 20일 밤의 서울운동장에서는 한쪽 운동장밖에 쓸 수 없는 나이터 시설의 변칙사용으로 큰 혼란을 빚었다. 이날 밤 한일고교경기가 벌어진 축구장에서는 8시15분까지 불을 켜지 않고 경기를 해 국제적 망신을 당한데다가 암흑 속의 관중들은 비난과 방석, 유리병을 내던지는 구장사장 최악의 사태를 빚었다.
이날 사고는 하오 4시부터 벌어진 야구장의 중앙고∼배명고 경기에서 6회 말 중앙고 윤몽룡의 만루 「홈런」이 「파울」이냐 아니냐를 두고 심판진의 우유부단한 태도 때문에 55분 동안이나 경기가 중단됐다가 시작된 것에 원인이 있었다.
심판진이 실격이나 재개를 일찍 서둘렀던들 이 결승전은 일몰 이전에 끝날 수 있었으나 「룰」에 있는 서스펜디드·게임을 적용치 않고 끝까지 야간경기로 게임을 강행, 4시간15분만인 8시15분에야 9회 말을 끝냈다.
야구가 이같이 말썽 속에 벌어지는 가운데도 한·일 고교교환경기의 영등포공고-일본청수동고의 축구경기는 7시 정각에 시작됐다.
당초 나이터는 이 국제경기에 사용키로 되었으나 야구결승전이 그대로 진행되자 서울운동장은 이 교환경기의 주최측인 대한체육회와는 사전협의 없이 7시 반까지 야구장에서 사용할 것을 허용했다가 8시15분에서야 나이터를 축구장으로 옮겼다.
그동안 축구는 7시35분에 전반11분을 남기고 앞이 전혀 안보이고 7천여 관중들이 아우성을 치자 전례에 없이 「게임」을 중단, 야구경기가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주최측인 대한 체육회는 이때 관중들에게 『발전기가 고장이 나서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속였는가 하면 항의를 한 일본측 임원들에게는 『미안하다』고 고개를 숙이는 추태를 보이기도 했다. 「나이터」가 축구장으로 넘어왔어도 관중들의 연쇄반응은 그치질 않아 컴컴해서 폐회식을 제대로 볼 수 없었던 야구의 관중들은 본부석과 축구장에 유리병·방석 등을 던져 대 혼란을 빚었고 축구에서 진 영등포공고는 2번째의 실점이 컴컴한 때 일어난 것이어서 억울하다는 호소마저 했다.
서울운동장은 당초 나이터의 시설 때 야구·축구경기장 중 같은 시간에 한쪽만 사용하도록 되어 있어서 작년 9월 축구의 뮌헨·올림픽 지역예선과 야구의 「아시아」선수권대회 때는 서로 야간경기를 고집, 충돌했고 그밖에도 여러 차례 두 경기단체가 충돌했었다.
▲김종렬 대한체육회부회장=나이터는 축구가 사용키로 되었던 것인데 서울운동장 측이 우리도 모르게 일방적으로 야구장에 주었다가 국제적인 망신을 당했다. 국제경기가 무엇이고 사용원칙을 당국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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