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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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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고사리는 예부터 정력을 감퇴시키고 양기를 약화시키는 식품 중 대표적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래서 수도승들이 금욕을 목적으로 고사리를 애용한다는 설이 있다. 그런데도 고사리처럼 일반에게 널리 사랑 받는 나물도 드물다. 명절 때, 제사 때 그리고 잔칫상에는 으례 고시리 나물이 자리를 차지한다.
고사리의 성분을 아무리 들여다봐도 고사리가 정력과 양기를 억제한다는 속설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는 없는 것 같다. 오히려 고사리 속에 함유 되어 있는 어떤 성분들은 영양학적으로 우수한 다른 식품을 능가하고 있다. 「칼로리」만 해도 말린 고사리는 1백g이 2백66 「칼로리」를 산출해 낸다.
그래서 일본의 어떤 학자는 고사리에 얽힌 속설들은 영양학적으로 우수한 고사리를 세속인들이 먹지 못하도록 수도승들이 일부러 퍼뜨린 낭설에 불과하다고 주장한 일이 있다.
고사리는 참고사리 과에 속하는 다년생 식물로 「알칼리」성 식품이다. 이른봄에 싹을 내는 고사리는 습기가 있는 곳에서는 어디에서나 잘 자라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식용하는 것은 어린잎. 따서 그대로 삶아먹거나 말려두었다가 나물로 무쳐 먹기도 한다.
고사리 뿌리에는 전분이 다량 함유 되어 있어 이를 빼내어 전을 부친다든지 떡을 해서 먹기도 한다.
고사리는 영양학적으로 보아 말려 두었다가 나물을 무쳐서 먹는 것이 좋다. 말린 고사리는 전체의 4분의1인 26·8%가 단백질로 구성되어 있으며 약 절반은 탄수·화물이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로 미루어 보아도 고사리가 정력과 양기를 감퇴시키고 다리의 힘을 약하게 만든다는 속설은 근거가 희박한 것 같다. 어쩌면 이와 정반대일는지 모른다.
고사리에는 무기질도 골고루 들어 있는데 치아와 골격 형성의 기본 물질인 「칼슘」이 6mg% 함유되어 있는 것은 특기할 만하다
「비타민」B1를 제외한 「비타민」A, B2, C의 함량 또한 우수 식품으로서의 고사리를 말해준다. 특히 「비타민」C의 함량은 30mg%나 된다.
고사리를 많이 먹으면 눈이 침침해진다는 설이 있는데 고사리의 「비타민」 함량을 검토해보면 이것도 한낱 낭설에 불과한 것 같다. 밤눈이 어두워지는 것을 막아주는 「비타민」A의 함량은 2백IU (국제 단위)이다.
한방에서는 정신 흥분제와 탈항 치료제로 고사리의 어린잎을 사용하며 어린잎을 달인 물은 이뇨와 해열을 목적으로 사용한다. 그리고 가을 잎이 떨어진 후 고사리 뿌리로부터 빼낸 고사리 가루는 자양 강장제와 해열제로 이용되며 설사가 심할 때 가루를 물에 타먹으면 좋다고 한다. 고사리 가루는 보통 8, 9월에 캐낸다. <김영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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