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만원 「마이크로 버스」 의암호에 추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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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춘천=금창태·김재혁·박영신 기자】1일 상오 9시45분쯤 강원도 춘성군 신동면 의암리 의암 벼랑 앞 경춘가도를 승객 34명을 태우고 춘천을 떠나 등선 폭포 (춘성군 서면)로 달리던 대진 운수 소속 강원 영5-1016호 「마이크로 버스」 (운전사 김경수·37)가 마주 오던「버스」를 피하려다 「브레이크」가 터지고 오른쪽 앞바퀴의 연결대 (타이로드·앤드·핀)가 부러지면서 높이 13m 가량의 길 오른쪽 벼랑으로 굴러 떨어져 깊이 15m의 의암호 물 속에 잠겨 버렸다. 이 사고로 운전사 김씨 등 22명이 죽고 12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경찰은 경찰 구조 대원 50명과 미군 「레카」 1대를 동원, 이날 하오 1시10분쯤 사고 「버스」와 시체 22구를 인양하고 잠수부 4명을 동원, 물 속을 계속 수색하고 있다.
사고 「버스」는 이날 상오 9시30분쯤 춘천 시내 농협 강원도 지부 앞 대진 운수 「터미널」을 출발, 춘천 시내에서 12㎞ 가량 떨어진 등선 폭포를 향해 시속 50㎞로 달리고 있었다.
「버스」가 춘천 시내에서 4㎞쯤 떨어진 의암 벼랑 앞길에 이르러 왼쪽으로 40도 가량 굽은 「커브」길을 돌고 있을 때 맞은편에서 오던 시외 「버스」를 피해 오른쪽 의암호 쪽 길옆으로 「핸들」을 꺾는 순간 「브레이크」가 터지면서 길 옆 「가드레일」을 들이받았다.
「버스」는 높이 30㎝ 가량의 「콘크리트·가드레일」19개를 넘어뜨리고 20m쯤 굴러가다가 오른쪽 앞바퀴의 연결쇠가 부러지면서 벼랑으로 굴러 떨어져 물 속으로 빠졌다.
의암호 경비 근무 중 사고 현장을 목격한 육군 제5170부대 박철진 중위 (26)의 말에 의하면 사고 「버스」는 의암 벼랑 앞 「커브」길을 돌아 나오다 마주 오던 시외 「버스」가 사고 「버스」를 피해 정거하자 오른쪽으로 미끄러지듯 약 20m를 구르다가 「가드레일」에 부딪치면서 세 바퀴를 굴러 물 속에 잠겼다고 말했다.

<노폭 15m, 2차선|올해 윤화 5건 난 곳>
사고 현장은 춘천에서 남쪽으로 약 4㎞, 의암 「댐」에서 춘천 쪽으로 약 6백m 떨어진 「커브」길. 노폭은 15m 2차선의 「아스팔트」길로 동쪽으로는 높이 30m 가량의 의암 벼랑이 솟아 있고 서쪽으로는 약 30m 아래 의암호가 잇닿아 있다.
사고 지점에는 서행 표지판이 서 있었으나 사고 「버스」는 「커브」길인데도 시속 50㎞로 달렸었다.
사고 현장 근처에서는 지난 5월 군「트럭」이 굴러 4명이 죽는 등 올 들어서 만도 5건의 사고가 일어났다.

<20년 전 제작된 버스>
사고 「버스」는 약 20년 전에 제작된 25인승 중형 「마이크로 버스」. 춘천 시내와 등선폭포 사이를 하루 여섯번씩 왕복한다. 대진 운수는 모두 20대의 「마이크로 버스」를 갖고 춘천 주변의 관광지를 정기 운행하고 있었는데 사고 「버스」는 이날 좌석 25개를 모두 채우고 10여명이 서 있었다 한다.
이날 사고 「버스」에는 편도 30원씩 내고 더위를 피해 등선 폭포에 놀러 가던 시민들이 대부분으로 방학을 맞은 학생들과 노인들, 어머니들에 안긴 젓 먹이도 6명이나 있었다.
승객 중 탁만호 군 (21·강원대 국어과 2년)은 이날 아버지 탁명진씨 (53)와 어머니 신순이씨 (44), 동생 현주 양 (3), 친척 김 아저씨 (65) 등 일가족 6명이 도시락을 싸 갖고 놀이를 떠났다가 탁 군과 어머니 신 여인만 살아나고 나머지 4명은 모두 숨졌다.
◇사망자 명단 (확인 부분) ▲김경수 (37·운전사) ▲탁명진 (53·춘천시 약사동 59의2) ▲탁현주 (3·여아) ▲김아지 (65·여) ▲지진경 (여·5) ▲이두삼 (13) ▲신정자 (17·여) ▲신봉철 (19·춘성군 서면 덕두원리) ▲한경자 (22·여·서울 서대문구 현저동 46) ▲장웅기 (35·춘천시 중앙동 2가 80) ▲장씨의 부인 등 일가족 4명 ▲장명순 (49·대전시 중동 27) ▲장명숙 (52)

<창으로 기어 나온 청년 혼자 12명 구출>
「버스」가 물 안에 잠기자 맞은편 초소에서 근무 중이던 박 중위가 무전으로 부대에 사고를 보고했다.
박 중위의 보고를 받은 5170부대에서 경찰에 연락, 10분 뒤 경찰 백차가 도착했다.
사고 순간 창가에 앉았던 탁만호 군 (21·강원대 국어과 2년)은 유리창으로 몸이 퉁겨 나와 함께 탔던 어머니 신순희씨 (43) 등 10분 동안에 12명을 혼자서 구출하고 기진 해서 강가에 쓰러졌다.
「버스」가 물에 잠기자 물위에는 「버스」에서 솟아오른 붉은 피로 물들여 졌고 창문으로 퉁겨 나온 김 아저씨 (여·65) 등 15명이 물위에 떠올라 『사람 살리라』고 외치며 허우적거렸다.
탁군이 구조 작업을 벌이는 동안 물위에 떠오른 부상자들이 탁군의 옷을 쥐고 매달리는 바람에 「팬츠」와 「러닝샤스」까지 모두 벗겨져 알몸뚱이가 된 채 구조 작업을 계속했다.
약 10분 뒤 5170부대 박 중위 등 5명이 달려왔을 때에는 물위에서 허우적거리던 대부분의 승객들이 거의 숨지고 조수 김두봉 군 (19) 등 2명만이 강가로 헤엄쳐 나오려고 허둥대다가 구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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