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약점 공격 세상 많이 달라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대통령과 평검사들의 사상 첫 토론회를 TV생중계로 지켜본 시민들의 반응은 일단 "충격적이다"는 것이었다.

일개 평검사가 대통령 면전에서 서슴없이 대통령의 '약점'을 지적하는 모습을 보고 "세상 많이 달라졌음을 실감했다"는 얘기가 곳곳에서 나왔다.

많은 시민은 "대통령이 직접 나서 말단 검사들과 현안을 토론하는 모습이 신선했다"고 입을 모았다.

중소기업 사장인 이영엽(63)씨는 "대통령이 말하는 참여정치가 어떤 것인지 궁금했는데 이런 방식의 여론정치도 참여정치의 한 방법이 될 수 있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정부 중앙부처의 서기관 金모(48)씨는 "대통령은 고사하고 장관 앞에서 숨소리도 크게 못 내던 시절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라며 "이렇게 하급자가 상급자에게 당당히 자기 목소리를 낸다는 것은 공직사회의 혁명이나 마찬가지"라고 놀라워했다.

주부 정미리(38)씨는 "언론을 통해서만 얘기를 접하다가 직접 대통령과 검사들의 주장을 보게 되니 쟁점이 뭔지 알게 됐다"면서 "하지만 서로 자기 주장만 되풀이해 답답한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노무현 대통령이나 검사들에 대한 평가는 둘로 갈렸다. 바른사회시민연대 박찬철 실장은 "이런 자리를 처음 마련한 盧대통령이 외견상 민주적인 인상을 심어줬지만 토론 내용면에선 결코 그렇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자영업자 유재기(52)씨는 "노무현 대통령이 아니면 줄 수 없는 신선한 충격이었다"고 호평했다.

은행원 김성태(33)씨는 "평소 권위적으로 느껴왔던 검사들이 먼저 '정치검사를 반대한다'며 개혁의지를 보인 것이 인상깊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학강사 남기철(35)씨는 "평검사들이 벌써부터 특권의식에 젖어 있는 듯한 대목을 드러내 아쉬웠다"고 했고, 회사원 김연숙(42.여)씨도 "기본적으로 기득권층인 검사들이 손에 쥔 걸 놓기 아까워한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평가했다.

경실련 고계현 정책실장은 "검사들이 개혁을 말하면서도 실제로 국민이 자신들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성찰이 없다"고 비판했다.

서울대 행정대학원 노화준 교수는 "인사제청권은 법무부 장관이 가져야 한다는 대통령의 말이 옳지만 시간이 걸리더라도 검찰인사위를 구성해 인사를 하자는 대목은 검사들이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정하.고란.권근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