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와 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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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수은주가 30도를 오르내리는 무더운 여름철, 『피로하다』 『쉬고싶다』 『나른하다』는 등의 말을 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피로는 건강한 사람에게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증상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피로를 가볍게 보아 넘기지만 겹친 피로는 건강의 위험신호. 여름철 피로에 대해 박종철 박사(고려병원 정신신경과장)의 「어드바이스」를 들어본다.
피로하다는 것은 봄의 저항력이 약해졌다는 것을 뜻한다. 그래서 피로할 때는 곧잘 감기에 걸리게되며 피로가 풀리지 않고 쌓였을 때 결핵 같은 질병까지도 우리 몸을 노리게된다.
이 피로는 신체적으로 과도한 운동을 했다던가 정신적으로 한동안 긴장했을 때 나타난다.
여름철에는 더위를 잊기 위해 수영 같은 운동에 열중하기 쉽다. 따라서 어느 계절보다도 과로하기 쉬운 철이 여름인 셈. 반면 피로를 풀기 위해서는 충분한 수면이 아주 효과적이지만 수면부족이 되기 쉬운 계절이 또한 여름이다.
날씨가 덥고 밤이 짧은데다 물 것이 많기 때문. 잠을 자더라도 깊은 수면을 취하지 못하게 된다. 그리고 여름에는 모든 사람들이 불쾌감을 느끼게 된다. 생리학적으로 볼 때 여름철에 우리 몸의 체온을 정상으로 유지하려면 땀을 많이 흘려 열을 발산해야한다.
그러나 무더운 날씨일수록 외기의 습도가 높아 땀의 증발을 막기 때문에 사람들은 불쾌감을 느끼게되고 일단 불쾌감을 느끼게 되면 그 돌파구를 행동이나 감정에서 찾게 마련이다. 불쾌감을 덜 수 있는 일이면 어떤 행동이든 적극성을 띠게되고 사소한 자극에도 곧잘 흥분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피로회복을 하지 못하고 피로의 악순환이 그 이튿날도 계속되어 건강을 잃기 쉽다. 이런 때는 수분과 영양분 공급을 충분히 하고 정서적인 기회를 갖도록 한다. 신체적인 과로보다 정서적인 과로가 더 피로감을 주기 때문이다. 혼자 조용히 생각을 한다거나 아주 가벼운 등산·수영을 즐기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런데 여름철에는 사람들이 모든 일에 흥미를 잃기 쉽다. 정적인 유대감을 갖는 인간관계도 뜸해지게되며 권태를 자주 느끼게된다는 것이다. 직장 일에도 싫증을 내고 친구와 접할 기회가 더욱 적어지는데 이런 일은 사람을 우울하게 만들어 더욱 피로감을 갖게 한다.
실제로 극심한 피로감을 호소하는 사람의 대부분이 이러한 우울증환자라고 한다. 본인은 우울하다는 것을 느끼지 못하나 밥맛을 잃고 말하기 싫어하는 까닭은 피로 때문이라는 것.
이런 때는 번잡한 활동보다는 마음을 털어놓고 지내는 대인관계가 가장 바람직하고 자신이 스스로 일거리를 만들거나 늘 쓰던 방을 바꿔보도록 하는 것이 좋다.
그 외 어떤 방법을 쓰든 피로가 풀리지 않았다는 느낌이 계속될 때는 신경안정제나 수면제 등을 사용하는 경향이 있지만 과다한 의약품사용은 건강에 해롭다. <박금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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