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원·외무부 한때 신경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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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남-북 성명에 관한 대 정부 질문이 끝나자 국회는 의사일정을 정하지 못해 엉거주춤한 상태.
13일 하오 열린 총무회담에서 공화당은 인사문제의 우선 처리를 규정한 국회법을 들어 『백 두진 국회의장에 대한 불신임안 처리를 먼저하자』고 제의.
공화당 총무 단은『그 동안 백 의장은 불신임 때문에 행정업무 외는 손대지 않아 국회가 비정상』이라면서 신민당 총무 단을 개별적으로 붙들고『의장 실 압력 때문에 못 견디겠으니 우리체면도 좀 봐달라』고 통 사정을 하기까지 했다고.
그러나 김재광 총무는『불신임의 이유가 보위법의 변칙처리에 대한 책임 때문인 만큼 보위 법에 관한 질문을 먼저 해봐야겠다』고 완강히 거부했다.
14일 본회의시간을 늦춰둔 채 열린 총무회담에선 김 신민당 총무가 4인 체제와 장경순 부의장간의 요즘 관계를 꺼내고 장부의장은『당신은 남의 당에 분쟁이나 있어야 기분이 좋은 악취미를 가졌느냐』고 쏘아 붙여 엉뚱한 문제로 신경들만 곤두세웠고-.
신민당은 남북성명에 관한 대 정부 질문에서 나타난 소속의원들의 입장이 갖가지여서 당론 조정엔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질문에선 원칙적인 찬성 논이 가장 많았으나 정일형 박병배 의원이 전면 반대인 반면, 송원영 의원 같은 이는 전폭 찬성으로 대조를 이루기도 한 것.
질문을 총평해『사전에 질문「팀」을 짜서 의견조정을 했어야 했다』는 반성 논이 많은데 김재광 총무는『당 책의 범위 안에서 질문하라고 했지만 발언대에 올라서면 모두 자기 마음대로 얘기하더라』고.
총무 실에서는 당론조정을 위한 각급 회의에 대비해 우선 속기록을 갖다놓고 소속의원들의 발언을 취합하고 있다.
오는9월초에 열리는 제6차 한-일 정기각료회담 수석대표를 누가 맡느냐로 경제기획원과 외무부간에 한동안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원래 5차까지의 회담에서는 부총리인 경제기획원장관이 수석을 맡았으나 지난 1월31일 국무회의에서 경제외교를 외무부로 일원화하기로 양해되어 외무장관이 수석대표를 맡기로 되었던 것.
그러나 외무장관이 수석대표가 될 경우 우리측 대표단이 될 6명의 각료 중 경제기획원은 장관이 아닌 장관이 대표로 참석할 형편이어서 기획원 측은『수석은 역시 부총리가 맡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이의를 제기했고 외무부 측은『국무회의에서 양해한 일인데 무슨 소리냐』고 불쾌한 반응이었다.
최근 방한하는 외빈들은 모두 남북성명에 대단한 관심들.
13일하오 국회를 예방한「과테말라」의「카스티로·볼레스」주「유엔」대사도 백 두진 의장에게 남-북 성명의 배경과 전망에 관해 여러 가지를 물어 백 의장은『남-북 성명은 잠정적인 평화와「바터」하려는 편의주의에서 나온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는 것.
이런 설명을 듣고「볼레스」대사는 한국 민족의『평화의지를 나타낸 다행스런 발전』이라고 찬양. 그는 또 한국의 인상을 말하면서『「버스」정류장의 여인들을 보고 한국여인은 참 아름답다고 느꼈다』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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