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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쩍 는 전세방사기|부동산「붐」퇴조의 여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부동산 투자「붐」이 물러간 뒤로 주택매매가 한산해지고 전세 입주자가 늘어나자 영세민의 셋방, 「아파트」전세를 대상으로 전세 보증금을 가로채는 지능적인 전 셋방 사기가 부쩍 늘어나 가산을 탕진한 서민들로부터 고소·고발이 잇달고 있다.
경찰에 접수된 이 같은 전세사기사건은 올 들어 서울에서 만도 60여건에 피해자는 외국인까지 포함, 1백 명이 넘고 있다.
경찰조사에 따르면 최근에 부쩍 늘어난 전세사기꾼들은 거의가 부동산「브로커」들이거나 사업에 실패한 집 장수 또는 지능적인 일부 복덕방주인들. 이들은 대부분의 전세입주 자들이 법률상식이 없고 등기부열람을 게을리 하는 것을 이용,
▲채권자 앞으로 매매계약에 의한 소유권이전청구권보전가등기가 돼 있는 집을 속여서 전세를 주고 ▲집주인이 아니면서 가옥 주인 양 전세입주 희망자를 속여 전세계약을 맺고 돈을 받은 뒤 달아나거나 ▲전세로 입주한 뒤 집주인 몰래 가옥을 저당 잡히고 돈을 빌어 쓴 뒤 자취를 감추는 등의 수법으로 사기를 일 삼고 있다고 한다.
피해자들은 거의 애써 저축한 10만원∼30만원의 적은 목돈으로 모처럼 전 셋방을 얻었다가 입주하자마자 느닷없이 등기 권 자가 나타나거나 소유권자가 나타나 권리를 주장, 집을 비우라고 내 쫓는 바람에 전세보증금을 찾지 못한 채 쫓겨나는 경우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서울 성북구 미아동 234 임필환씨(27)의 경우 임씨는 지난 3월5일 성북구 수유동 215의19 김련이씨(37·여) 집 방한간을 25만원의 전세보증금을 내고 얻어 이사했으나 이사한지 두 달이 조금 지난 5월18일 집을 저당 잡았다는 박 모씨가 갑자기 나타나 방을 비우라는 바람에 전세보증금도 못 찾고 쫓겨나고 말았다.
임씨가 세를 들었던 집은 집주인 김씨의 남편 정씨가 지난해 10월 건축업을 하다 실패, 5백여 만원의 빚을 지게되자 그해 10월12일 김씨가 채권자 박 모씨 앞으로 매매계약에 의한 소유권이전청구권 보전 가등기를 해주었던 것.
이 같은 사실을 몰랐던 임씨는 등기부열람을 하지도 않고 집주인도 아닌 김씨의 남편 정씨와 전세계약을 맺고 이사를 했다 피해를 보게됐다.
종로경찰서에 고소장을 낸 박익래씨(41)는 지난 4월13일 종로구 봉익동53 김순이씨(38·여)가 살고 있는 집 방한간을 15만원의 보증금을 내고 전세로 들었다가 진짜 집주인 김정순씨(40)가 나타나 사기 당한 것을 알게 됐으나 이미 때가 늦은 뒤였다.
이 집에 살면서 박씨와 전세계약을 맺었던 김순이씨는 김정순씨 집에 사글세로 세 들었다가 보증금이 월세로 깎여 다 없어지자 집주인을 가장, 전 셋방을 얻으러간 박씨와 전세계약을 맺은 뒤 돈을 받아 뺑소니치고 말았다.
지난 6월20일 종로경찰서에 고소장을 낸 미국인「찰즈·H·램」씨(40)는 2년 전 한국인 김인수씨(43) 등 5명과 같이 용산구 한남동 729의39 장경태씨(40)의 3층 건물에 모두 4백65만원의 전세보증금을 내고 세 들었으나 지난 5월29일 장씨로부터 집을 사들었다는 이제근씨(43·영등포구 양평동 205의36)가 찾아와 집을 비우라는 바람에 경찰에 장씨를 걸어 고소장을 냈다.
장씨는「램」씨 등 6명에게 집을 전세내준 뒤 이 집을 담보로 이씨로부터 4백만 원을 빌어 썼으나 돈을 갚지 못해 지난 5윌29일 소유권을 이씨에게 이전 등기해 주었다는 것.
경찰은 최근 전세사기가 늘어나는 원인이 ⓛ지난해 가을부터 불경기로 부동산거래가 뜸해지는 반면, 1백만 원 이하의 전세가 많아지고 ②주택매매가 주춤해지자 집을 지어 파는 집 장수들이 집을 팔 수 없어 2중, 3중으로 전세계약을 맺어 돈을 마련하려는 등의 현상 때문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한 경찰은 전세사기사건은 피해자들의 과실이 큰데다가 경우에 따라서는 현행법상 민사 사건으로 밖에 다룰 수 없는 것이 많다고 지적, 피해를 보지 않기 위해 전세를 들기 전에 반드시 등기부를 열람하고 전세계약을 맺은 다음에는 즉시 전세등기를 하도록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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